고시네마 추천 금주의 개봉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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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들어 두번째 맞는 주말. 데이트로 극장을 찾는 연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연인과 함께 보기에 기분좋을 두 편의 로맨틱 코미디가 나란히 개봉되는 것. 멜 깁슨,헬렌 헌트 주연의 '왓 위민 원트'와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패트리어트'에서 독립투사로 성조기를 휘날리던 멜 깁슨은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은 바람둥이 광고기획자로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여자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잘 나가는 바람둥이 광고기획자 닉 마샬(멜 깁슨)은 달시 맥과이어(헬렌 헌트)로 인해 승진 기회를 놓치고 전전긍긍한다. 여성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약점 때문. 우연한 사고끝에 여자들의 속마음이 다 들리는 초능력을 갖게 돼 괴로워하던 닉은 그 능력으로 달시의 아이디어를 훔쳐 히트광고를 만들지만 그 과정을 통해 여성을 진정으로 이해해 달시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달콤한 로맨스다.

'왓 위민 원트'는 '아이 러브 트러블','신부의 아버지' 등의 시나리오 작가를 거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데뷔작. 제목처럼 여자들이 원하는 걸 다 보여주는 지는 의문이지만 나이 오십의 멜 깁슨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박흥식 감독의 데뷔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2001년 한국영화계의 문을 여는 첫 영화다. 일상에서 있을법한 평범한 남녀의 소박한 연애담을 그린 멜로물로 사이더스가 제작하고 시네마서비스라는 든든한 배급라인을 등에 업은 작품이기도 하다.

보습학원 강사인 원주(전도연)은 바로 옆 건물의 평범한 은행원 봉수(설경구)를 짝사랑한다. 봉수는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랑을 눈치채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아내'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 원주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사랑이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평범한 두 남녀의 사랑이 조금씩 쌓여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일상의 섬세함을 포착하는 감독의 연출방식은 사뭇 '8월의 크리스마스'나 '순애보'를 연상시킨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극적 긴장감이 없어 다소 지루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끌어올린 대사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 주변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정겹다.

유난히도 긴 제목 '나도 아내가...'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아마코드'의 대사에서 따 온 것. 설경구와 전도연의 연기 역시 흠 잡을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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