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부패 해법은 로비스트 양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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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권력형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 로비스트를 양성화하자는 주장이 정치권과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권 말기 권력 실세들이 각종 로비에 연루돼 줄줄이 구속되는 일이 되풀이되는 데 대한 근본적 해법으로 로비스트 양성화를 제시하는 주장들이다. <관계기사 4, 5면>

 움직임은 이미 17대 국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정몽준(한나라당)·이은영(열린우리당)·이승희(민주당) 의원은 2005년 각각 로비스트 합법화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로비스트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그 활동을 공개함으로써 불법적·비윤리적 로비활동을 종식시키고 국민여론을 건전하고 투명하게 전달하는 창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같은 해 헌법재판소도 알선수재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에서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정책결정 및 집행 과정에 로비스트와 같은 중개자나 알선자를 통해 자신의 의견이나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국민주권의 상시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로비스트 양성화에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본 변호사단체의 반발 ▶로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로비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때문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18대 국회에서도 청목회 로비 사건으로 여야 의원들이 줄줄이 기소되자 “로비스트 합법화로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자”고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홍익대 임종훈(법학) 교수는 “로비는 공공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차라리 양성화해야 음성적 뒷거래를 처벌할 수 있다”며 “19대 국회는 이를 치열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진태 당선인도 “지금은 모든 로비 행위를 원천적으로 다 막아놨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며 “로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합법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학연·지연 등에 따라 형성된 폐쇄적인 네트워크가 권력을 독점하려는 한 로비스트 양성화만으론 비리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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