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ICT 생태계 키우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김대호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과

차기 정부의 역할과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에는 정보통신(ICT)과 미디어 담당 부처를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정보통신위원회 정도면 족하다는 안이한 주장이 제기돼 매우 우려된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도약을 ICT 생태계 속에서 찾아야 할 시대적 요구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트 등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을 통해 디지털 사회와 경제를 확고히 해야 한다.

 ICT 생태계는 콘텐트부터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이 서로 융합하는 거대한 생태계로 변화하는 중이다. “한국은 왜 애플과 구글 같은 기업이 안 나오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애플과 구글이 취하는 방향을 우리가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튠스, 앱스토어 등 콘텐트부터 플랫폼, 단말기 등의 생태계를 통합하고 있다. 구글 역시 광고와 안드로이드 OS 플랫폼 운영 위주에서 유튜브 등 콘텐트 분야로 확대해 발전하고 있다. 즉 ICT 생태계가 기존 네트워크와 인프라 중심에서, 그 위에 담아내는 플랫폼, 콘텐트와 애플리케이션 등과 융합하며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 진정한 세계적 흐름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ICT를 단지 네트워크와 인프라 요소로만 보는 과거 지향적인 모습이 아니라 이러한 ICT 생태계가 변화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1994년 1차 개편을 통해 정보통신부를 설치해 ICT 인프라 강국의 한국을 만들어 세계의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2008년의 2차 개편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반영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방향은 어려운 길이었지만 시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이었고, 그 결과 미디어 융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송 이슈가 부각된 것은 융합 초기에 불가피했고 정보화, 콘텐트, ICT 산업 등을 아우르지 못하고 다른 부처로 이관한 것이 문제였다. 정보화는 국가의 ICT 융합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틀인데, 이것이 정작 ICT와 분리되었고, ICT 생태계에서 중요한 키 역할을 하는 콘텐트가 떨어져 나감으로써 발전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수년의 시행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3차 개편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인 설계를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더욱이 지금 디지털 단말기와 콘텐트를 통해 다시 ICT 생태계를 세계로 한 단계 도약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드라마에서 출발한 한류는 게임·음악 등 콘텐트 부문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유럽, 중남미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확산이 가능하게 된 동인은 바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등 ICT의 융합과 디지털 단말기들이다. 다른 많은 나라들이 아직도 ICT 인프라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그 단계를 뛰어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과거의 정보통신부도 아니요, 정보통신위원회는 더더욱 아니다. 정보·미디어·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디지털 ICT 생태계를 관장하는 지식창조형 독임제 부처가 요구된다. 이 부처는 콘텐트와 플랫폼, 네트워크·단말기에 이르는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ICT 강국의 새로운 청사진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런 ICT 중심 부처가 있을 때 오히려 ICT와 의료, 교육 등 전통산업과의 융합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식창조사회의 미래를 여는 한국의 미래 혁신 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