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1550달러 올해 최저 … 침체 문턱에 선 금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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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제 금값이 올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값은 15일 아시아지역 온라인 거래에서 온스(31.1g)당 1550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초 금을 사들인 투자자가 지금 당장 처분한다면 본전조차 건질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S&P 500지수를 좇는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는 4% 정도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많은 사람의 눈에 금은 또 하나의 화폐로 인식된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막아주는 수단으로 꼽히기도 한다. 금 투자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하면 금값이 오를 것으로 봤다. 이른바 ‘궁극의 안전자산’이란 얘기다. 그러나 금값은 올해 최고치(온스당 1800달러)에서 13% 정도 추락했다. 그것도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급락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되는데도 금값 하락세는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CNN머니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지금은 (금을 투자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때가 아니다”고 했다.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아서다.

 금 투자를 권하는 사람은 ‘통화량 증가=인플레이션’이란 단순한 등식을 맹신한다. 하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실업률이 지금처럼 높은 상황에선 임금이 오르지 않아 돈이 늘었다고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실제 요즘 미국과 유럽의 물가 압력은 중앙은행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금융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이 최고치에서 20% 정도 떨어지면 침체 국면의 시작이라고 본다. 침체 국면에선 투자자가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산을 투매할 가능성이 크다. 금값은 지난해 9월 5일 최고치인 온스당 1900달러에서 18% 정도 추락했다. 침체 국면 문턱에 다다른 셈이다.

 이미 발 빠른 투자자는 금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다. 미국 펀드분석회사인 EPFR리서치의 캐머런 브랜디트 이사는 이날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최근 자금이 금 펀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통화 전문가는 금 자체가 불완전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금에선 이자나 배당 소득을 기대하기 힘들어서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011년 봄 의회에 출석해 “희소성과 사람의 선호만이 금의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금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의 믿음은 굳건했다.

 15일 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가 전 세계 19개국 투자자 2만6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올해는 물론 앞으로 10년에 걸쳐 귀금속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투자자들은 귀금속이 가장 유망하다고 답했다.

 전 세계(한국 포함) 투자자들이 귀금속에 투자했을 때 기대하는 올해 연간 수익률은 6.96%였다. 비금속(6.21%)을 비롯해 부동산(3.84%) 등을 앞질렀다. 앞으로 10년 동안 기대하는 수익률도 비슷했다. 귀금속에 대한 연평균 기대 수익률이 7.77%로 가장 높았다. 한국 투자자가 올해 가장 기대수익률이 높다고 예상한 자산 역시 귀금속(6.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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