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최강은 여전히 삼성 … 모바일 프로세서 점유율 6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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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전략을 훔쳐’ 감성 위주로 방향을 바꿨다지만, 삼성은 여전히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최강자다.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만 봐도 그렇다. AP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모바일용 중앙처리장치(CPU)다. 영국 ARM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만든다. 현재 삼성전자와 미국 퀄컴·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엔비디아 등이 AP를 생산하고 있다. AP와 관련해 삼성은 특히 고성능인 ‘멀티 코어’ AP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삼성전자는 3250만 개의 멀티 코어 AP를 공급해 시장점유율 64%를 기록했다. 퀄컴(14.4%)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9.4%)가 뒤를 이었다. 삼성은 애플에도 AP를 납품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 제조업계에선 스마트폰 열풍 때문에 자칫 AP 공급이 달릴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을 하기 때문에 이런 걱정이 없다. 공급 대란이 일어나면 오히려 유리한 입장에 서는 것이다.

 AP사업에서 삼성은 또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자체 생산을 한다는 점이다. 퀄컴·엔비디아 등은 설계만 할 뿐, 생산은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업체(파운드리)인 TSMC에서 만든다. 주문이 밀려 TSMC가 생산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퀄컴·엔비디아는 물론 이들로부터 AP를 공급받는 스마트폰 제조업체까지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런 문제가 없다.

 다른 스마트폰용 주요 부품에서도 삼성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 시장의 51.2%를 차지했다. 그 뒤를 SK하이닉스(24.6%)와 일본 엘피다(17.6%), 미국 마이크론(5.4%)이 따르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점유율을 합쳐도 삼성은커녕 하이닉스를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가격이 낮은 일반 D램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모바일 제품 생산비중을 70%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모바일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다. 액정화면(LCD)과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포함한 모바일용 소형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기준으로 22.1%에 이르렀다. 샤프(12.4%)와 LG디스플레이(11.2%)를 큰 차이로 앞선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AMOLED는 99% 삼성이 생산한다. 가톨릭대 서효중(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는 “삼성은 디스플레이·반도체에서 배터리까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제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종합 전자업체”라며 “경쟁업체들이 스펙(성능)으로 삼성을 넘어서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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