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中, 날 죽이려 女요원 머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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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78)를 독살하기 위해 중국 측이 티베트 여성 요원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13일 달라이 라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 머물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자신을 해치기 위해 티베트 여성 요원을 중국 측이 훈련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열광적인 신자들이 나의 축복을 받으러 나에게 다가올 때 미리 훈련받은 여성 요원이 나를 독살할 것이라는 얘기를 (중국의) 티베트 자치구 내부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 측이 첩자를 훈련시키고 있는데 특히 여성 첩자들이 머리카락에 독을 묻히거나, 독을 묻힌 하다(哈達·티베트인들이 축하와 경의를 표시할 때 상대의 목에 둘러주는 비단 목도리)를 나에게 사용하는 방법을 쓸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198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달라이 라마는 “나는 현재 히말라야 산맥의 산록에 위치한 인도의 다람살라에 있는 한 사원 궁전에서 고도의 보안 상태를 유지한 채 생활하고 있다”며 “인도 보안 당국의 조언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 당국이 자신의 후계자 선정에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내가 열반한 뒤 중국 당국이 나의 환생을 찾는 데 개입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이는 내가 죽으면 내가 티베트 전통에 따른 마지막 달라이 라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이 개입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티베트 전통에 따르면 달라이 라마가 열반한 뒤에 태어난 티베트 어린이 중에서 한 명을 달라이 라마의 환생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임명하고 중국에 협조적인 11대 판첸 라마인 기알첸 노르부를 달라이 라마 사후에 그의 후계로 세울 것이라고 티베트인들은 의심해왔다. 이 때문에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 정부는 중국 정부와 심각하게 대립해왔다. 중국의 티베트 탄압과 후계 갈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초부터 티베트 승려들의 분신 자살도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달라이 라마는 “내 생전에 중국이 강경 노선을 바꿔 티베트의 경제발전을 위한 민주개혁을 추진할 것이라 믿는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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