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의 보고’ 남수단에 PKO 파병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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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7월 독립한 남(南)수단에 평화유지군(PKO)을 연내 파병하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9일 “5월 말 현지에서 우기가 시작돼 주둔지 부지 조성과 선발대가 생활할 숙소 건설이 어려워진다”며 “국회 파병동의안조차 마련되지 않아 서두르더라도 올해 안 파병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9대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파병동의안을 제출해야 하고, 이게 통과하더라도 훈련과 기반시설 마련에 시간이 걸려 연내엔 파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우기인 5월 전에 결론 나야 파병 예정지 정리, 병영시설 건립을 할 시간이 난다는 주장이다. PKO 파병을 위한 정부 내 동력이 소진돼 당분간 파병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도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파병 지역의 상황이 열악하지만 활동에 큰 문제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군 차원에서 준비할 것은 모두 끝내고 외교통상부로 업무를 넘겼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의지는 강하나 외교부가 미온적이었다는 얘기다. 국회 에 파병동의안 제출을 담당하는 부처는 외교부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파병 추진을 위한 법안 준비를 다 해 뒀고 국회 개원 시기에 맞추고 있다”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18대 국회는 파병을 다룰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19대 국회가 열리더라도 신속하게 국회 동의를 구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이라크 파병을 비롯, 파병동의안이 상정될 때마다 반대론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특히 남수단은 원유 분배를 놓고 내전이 격화되고 있다. 외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수단에 한국군이 유지해 줄 수 있는 평화가 없는 상태이고, 현재로선 파병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도 정부 내에 존재한다”며 “이런 지적이 국회에서도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난해 독립한 남수단에 진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원조와 파병에 나섰다. 특히 일본은 육상 자위대의 시설부대 200여 명을 5년간 파병키로 하고, 이미 올 초 선발대를 보내 놓았다. 중국은 ‘아프리카 자원 확보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남수단의 유엔 가입을 적극 지원하며 북수단·남수단 경계지역에 파병 준비를 마쳤다.

 수단은 아프리카 5위의 원유 매장국이다. 매장량의 75%가 남수단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의 선제적인 파병은 ‘검은 황금’을 의식한 포석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수단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수도 주바 인근의 보르 지역을 주둔지로 선정했다. 이후 군은 5월 중 270~300명의 공병부대 파병을 염두에 두고 국무회의 보고도 마쳤다. 올 초 정부는 “한국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와주는 나라로 바뀌었다”며 파병에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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