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테러 자원 '속옷폭탄' 갖고튄 CIA이중간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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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1년을 맞아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폭탄테러를 준비해 온 알카에다 조직. 한 남성이 미국 항공기를 노린 폭탄테러에 자원했다. “미국을 증오한다”는 그는 알카에다 조직 깊숙이 침투했다. 조직은 그에게 최신형 폭탄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는 함정이었다. 이 남성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밀 요원이었다. 이 이중간첩은 자살 공격에 자원해 빼낸 정보와 폭발물을 CIA에 넘기기까지 했다. 그의 활약으로 오사마 빈 라덴 사망 1년을 앞두고 미국행 여객기를 폭파하려 했던 이른바 ‘속옷 폭탄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고 LA타임스 등 미 언론들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중간첩은 최근 CIA가 드론(무인폭격기)으로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 지도자를 제거하는 데도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이중간첩은 몇 주 동안 알카에다에 접근한 뒤 자살테러를 자원해 최신형 폭탄을 넘겨받았다. 이 폭탄은 2009년 크리스마스 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미국 디트로이트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속옷 폭탄’ 테러 기도에 사용됐던 것을 개량한 신형이었다. 금속물질을 전혀 쓰지 않아 공항 검색대도 무사 통과했다.

 이중간첩은 예멘을 탈출한 뒤 폭탄과 함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알카에다 아랍지부와 관련한 극비정보를 CIA에 넘겼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6일 미군 무인폭격기가 예멘 남부 한 계곡에서 작전을 개시했다. 무인폭격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전 세계 1급 수배자 파드 무함마드 아메드 알쿠소가 폭사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두 가지 작전에 모종의 연관이 있다”고 밝혀 같은 인물이 알쿠소의 소재와 관련한 정보도 제공했음을 시사했다. AP통신은 이번 작전을 “예멘 알카에다에 대한 미 정보 당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CIA는 현재 이중 스파이로부터 넘겨받은 폭탄을 미국으로 가져와 정밀분석 중이다. 미국은 이 폭탄이 예멘의 악명 높은 폭탄전문가 이브라힘 하산 아시리 또는 그의 제자가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은 “이번에 적발한 폭탄은 아시리가 만든 폭탄 중 하나일 뿐”이라며 “몇 개가 더 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공항검색을 더 강화하거나 새로운 검색시스템을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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