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사라진 안젤라 박, 브라질서 모습 드러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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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LPGA 신인왕 안젤라 박(한국명ㆍ박혜인)이 돌아왔다. 2010년 모습을 감춘 지 1년 6개월 만이다.
브라질 교포인 안젤라 박은 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인근 이탄한가 골프장(파73)에서 열린 LPGA 투어 이벤트 대회 HSBC 브라질 컵 최종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안젤라 박은 이날 4오버파 77타를 쳤다. 최종합계 7오버파로 28위에 올랐다. 우승과는 거리가 먼 스코어였지만 1년 반만에 경기에 나선 그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그는 “정말 멋진 이틀이었고 굉장한 한 주다.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경기에 나섰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즐기면서 플레이 할 수 있어 나름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07년 LPGA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왕에 오르며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로 한 해를 보냈다. 그 해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 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뒀고 시즌 상금도 98만 3천달러(약 11억1275만원)를 벌어들여 상금 랭킹 9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8년에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거두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9년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는 2010년 골프계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오랫동안 지속해 온 골프 선수 생활에 흥미를 잃었다.

그 후 안젤라 박은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일하며 골프장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다. 당시 그는 한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골프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렸다. 열정이 없으면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며 한동안 다시 골프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런 그가 지난 2월 다시 클럽을 잡고 골프장에 나타났다. 그를 돕기 위해 한 때 호흡을 맞췄던 코치가 나서 함께 훈련을 했지만 오랜 기간 동안 골프채를 잡지 않아 감각을 되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 후 3개월여 만에 경기에 나선 그는 “내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해야만 했다. 그 누구도 내게 이제 운동을 할 때가 됐다고 일러 주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혼자 2년 안에 다시 돌아가자고 마음 먹었다. 그런 것들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의 경기에 대해서 “스코어가 좋진 않지만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다. 내 생각에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오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코치와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지난 두 세 달 동안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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