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인스턴트 음식 먹었으면 '대가'를 치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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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아동은 물론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소 중 가장 핵심적인 단일 아이템은 인스턴트 음식과 TV이다. 그래서 나는 소아비만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아이들의 식탁에 두지 말라고 주문한다. 물론 ‘인스턴트 음식을 식탁에 놓지 말라’고 했지만 전혀 먹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이어트 기간 동안 인스턴트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다면 물론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먹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보다는 같은 인스턴트 식품이라도 지혜롭게 섭취하도록 묘를 발휘하는 것이 반동 폭식이나 저항 과식을 막는 치료적 방책이기도 하다.

나는 일주일에 1~2회만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하도록 허용하라고 코칭한다. 물론 다행히 인스턴트 음식을 이 이하로 먹고 있던 아이라면 구태여 일부러 먹일 필요는 없다. 일주일에 1-2회 이상 먹는 인스턴트 식품은 아이의 입맛을 망칠 수 있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게 되면 전보다 양을 반 이상 줄이고 항상 야채와 과일을 함께 먹도록 지도한다.

간혹 아이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도 햄이나 만두, 피자, 라면, 자장면 등의 빈껍데기 음식을 여전히 식탁에 올리는 엄마들이 있다. 이런 엄마라면 인스턴트 음식이 왜 빈껍데기 음식, 정크푸드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을 ‘빈껍데기 음식, 정크푸드’라 부르는 이유

이들 음식은 주로 정제된 탄수화물과 정제당, 소금을 주원료로 몇 가지 색소나 첨가제, 향신료를 첨가해 만든다. 약간의 야채나 과일이 첨가되기는 하지만 총 영양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칼로리에 비해 각종 비타민이나 영양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몸은 고칼로리 음식만으로는 절대 지탱될 수 없다. 우리 몸에는 충분한 비타민, 미네랄, 피토케미컬이 필요하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은 뒤에 아이가 더 배고파하고 짜증이 심했던 이유는 인스턴트음식으로 채우지 못한 영양소를 섭취하라는 우리 몸의 생존 요구이기도 하다. 게다가 인스턴트음식은 심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만 섭취해도 식욕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배고픔을 심화시킨다. 아이의 비만이 심하다면 아이가 일정 정도 인스턴트 음식들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 먹어야 한다면 집 밖에서 먹어라?

어쩔 수 없이 인스턴트 음식을 먹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외식업체를 이용해 집 밖에서 먹여라. 절대 집안에서 이런 음식들을 허용하면 안 된다. 집안과 인스턴트 음식을 조건화시키면 특정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인스턴트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가급적이면 지하철을 타고 많이 걸어서 멀리 있는 식당을 이용하라. 그리고 먹을 때도 양과 영양을 충분히 고려해 메뉴를 시켜야 한다. 가령 피자를 사준다면 가장 작고 기름지지 않는 메뉴를 시키고 반드시 야채샐러드를 함께 시켜 골고루 음식을 먹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이어트 초반 한두 달은 적어도 집에서만은 아예 냄새도 맡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쓸데없는 서로간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킬 이유가 없다. 아이의 투정이나 짜증에 져 집에서 이런 음식을 허용했다가는 꼬투리가 잡혀 이런 일을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또 그때마다 전쟁을 벌여야 하고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라면 하나를 먹기 위해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식당에 가고, 게다가 그 라면이 다소 맛이 없다면 아이가 인스턴트 식품을 멀리할 좋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인스턴트 식품 먹은 뒤에는 대가를 치러라

잊지 말아야 할 일은 인스턴트 식품을 먹은 뒤에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안 청소를 시킨다거나 한 시간 정도 숨차게 걷기를 시켜라. 인스턴트음식이 살로 다 가지 않도록 활동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지만, 그보다는 나쁜 인스턴트 음식 먹기가 그리 쉽고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인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음식과 다른 대체행동을 결합시킴으로써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각성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긍정적인 조건화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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