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가수' 이박사, 자전에세이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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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 `테크노 뽕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신바람 가수' 이박사(본명 이용석.47) 가 자전에세이 「좋아좋아 신바람 이박사한 번 만나 볼까요」(돋을 새김) 를 냈다.

이 책은 경기도 마석에서 가난한 떡장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아이스 케키' 장사, 구두닦이, 양복점 조수, 페인트공, 관광버스 안내원 등 밑바닥 인생을 거쳐 인기 가수가 되기까지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도 몸무게가 45㎏에 불과한 그는 몸이 허약해 어떤 일도 진득하게 붙들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졸업 후 거쳐 온 직업이 20가지를 넘는다. 이발소 조수로 일할 때는 물지게를 질 힘이 없어서 포기했고 집배원 생활도 힘에 부쳐 몇 달만에 그만뒀다.

무슨 일이든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때려치우곤 했던 그는 78년 3월 관광버스 안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제 길'을 찾았다고 느낀다. 평소 가수가 되기를 꿈꿨던 그는 관광버스 안에서 트로트 메들리를 마음껏 부르는 일이 너무 즐거웠던 것.

그는 당시 "가수란 게 별거냐, 사람들 앞에서 마음껏 노래만 부를 수 있다면 그게 가수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 자리에서 메들리로 4백-5백곡을 거뜬히 부르는 그에게 `신바람 이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86년께였다. 악기라야 탬버린이 전부였던 상황에서 그는 입으로 내는 박자와 피아노, 기타 소리를 흉내낸 추임새로 관광객을 즐겁게 했는데 그것이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이박사 애드리브'의 바탕이 됐다.

11년간의 관광안내원 생활을 그만두고 칠순잔치 등에 나가 노래를 부르던 그를 눈여겨본 일본의 소니뮤직 관계자가 전속계약을 하자고 제의해 온 것이 행운의 시작이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진출의 기회를 얻은 그는 96년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 `뽕짝 대백과사전'으로 그해 일본가요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돌아와 올해 한국에서 발매한 앨범 `스페이스 판타지'로 성공이 이어졌다. 그의 `테크노 뽕짝'은 인터넷상에서 `이박사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청소년들에게 크게 인기를 얻었다. 중년층을 겨냥한 그의 트로트 메들리가 청소년층의 `컬트 문화'로 자리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박사는 인터넷에 50여개 팬클럽이 만들어지는 등 갑작스런 성공에 대해 스스로도 놀랐다고 책에 적었다. 그러면서 "굶기를 밥 먹듯이 할지언정 남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오히려 남들보다 더 크게 웃고 다녔다"고 나름의 성공철학을 밝혔다.

음악평론가 이헌석씨는 "경제위기의 암울한 상황에서 신바람 이박사가 등장했다"면서 "그의 음악적 성취는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았았지만 그의 음악이 힘겨운 세상사에 기쁨을 주고 희망을 안겨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갈채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발문에 적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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