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협력으로 공동발전…미·중 관계 C2 시대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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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이 3일 베이징(北京)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 관계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꺼냈다. “중국과 미국이 세계를 주재한다는 함의를 갖고 있는 ‘G2(주요 2개국)’보다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C2’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판(王帆)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장은 “‘C’의 개념은 협력(cooperation)과 조정(coordination)은 물론 공동체(community)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향후 두 나라가 이를 실천하면 세계 평화와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화에 참석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다이 위원의 이 같은 제의에 전적인 동감을 표시했다고 신화통신은 5일 전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 요구의 근거로 활용되는 G2 대신 C2 시대를 추구하겠다고 한 데 대해 미국이 화답한 셈이다.

 실제 이번 전략대화는 양국 현안에 집중했던 예전과 달리 다양한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틀을 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측은 북한 핵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역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아태 사무협상’을 올 하반기에 하기로 합의했다. 시리아 유혈사태와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중동 사무협상’도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협상에선 양국 차관급 이상 관리들이 모여 분쟁 당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중재안을 만든다고 한다. 중국이 꺼려왔던 인권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오른다. 올여름(7~8월) 이를 폭넓게 논의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는 다이 위원의 ‘C2’ 발언 다음날인 4일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41)의 미국행 허용을 발표했다.

 양국 협력 방안도 확대됐다. 모두 67개 항목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지난해 대화보다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미국은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141개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등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이에 중국도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더 확대하고 외국 자본의 국내 증권사 보유 지분율을 49%까지 높였다.

 그동안 막혀 있었던 군사부문 협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양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이 국방부장으로서는 9년 만에 미국을 방문(4~10일) 중이다.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외교·경제 위주라는 점과 양 부장의 방문 시점을 고려하면 양국 간 협력관계가 전방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측면도 있는 듯하다. 양 부장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구체적인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방문 기간 중 미군 남부사령부와 공군 4전투연대, 샌디에이고 해군기지, 육군사관학교 등을 찾을 예정이다. 대부분 미국이 중국에 처음 개방한 군사시설이다. 취싱(曲星) 중국국제문제연구소장은 “앞으로 부분적으로 중·미 간 이견은 있겠지만 두 나라가 ‘C2’ 개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양국 협력 확대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성과

● 아태 주요 현안 사무협상 개최(올 하반기)
● 중동 사무협상(일정 추후 논의)
● 미·중 인권대화(올여름)
● 미·중 해사(海事)안전대화(올가을)
● 차관급 전략안전대화(추후 논의)
● 미국 첨단기술 제품 등 대중 수출제한 단계적 완화
● 위안화 환율 변동폭 더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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