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여성의 층층 주름치마 … 지금 입어도 패셔니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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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단아한 아름다움을 강조한 백제 왕비의 평상복(왼쪽)과 층진 주름치마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백제 귀족여성의 평상복. [사진 채금석 숙명여대 교수]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일본의 유명 패션 브랜드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의 독특한 주름 스커트는, 먼 옛날 일본으로 전해진 백제 여성들의 복식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라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한성백제박물관의 개관기념전시 ‘백제의 맵시-옷과 꾸미개’를 둘러보고 나면 이런 상상에 고개를 끄덕일 지 모른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9월 14일까지 이어지는 ‘백제의 맵시’ 전에서는 백제 시대의 복식 25점과 장신구 70여종이 선을 보인다. 왕과 왕비의 평상복을 비롯해 귀족, 서민, 시녀, 악공의 의상은 물론 군인이 입었던 갑옷까지 재현했다. 특히 왕과 왕비의 옷은 원단 제작부터 바느질, 자수까지 당시의 의복제작 과정 그대로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백제의 복식에 관한 사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6세기 중국 양(梁)나라 때 제작된 사신도인 ‘양직공도(梁職貢圖)’에 그려진 백제 사신들의 모습이 유일하다. 전시를 기획·제작한 채금석 숙명여대 의류학과 교수팀은 백제 복식을 되살리기 위해 국내외 고서(古書)와 벽화 등을 참고했다. ‘백제 복식은 고구려와 흡사하다’는 고서의 기록을 확인, 고구려 벽화 속 인물들의 의상을 기본 자료로 사용했다. 백제의 직물과 복식문화가 일본 야마토 왕국으로 전해졌다는 기록에 따라, 일본 쥬구지(中宮寺·중궁사)에 있는 자수그림 ‘천수국만다라수장(天壽國曼茶羅繡帳)’ 등에 나타난 고대 일본 복식도 적극 참고했다.

 이와 같은 고증을 통해 드러난 백제인들의 의상은 세련되고 글로벌한 것이었다. 여성들의 옷에서는 주름과 러플 등의 장식과 자수가 돋보이는데, 이는 크레타 벽화에서 발견되는 고대 그리스 여성들의 복식과도 닮아 있다. 채금석 교수는 “1700년전 고대 일본에 최초의 한류를 전파한 백제문화의 세계성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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