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레이디 가가의 욕망을 허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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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김승환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요즘 남자애들은 두 번을 안 물어보더라.” 친한 여자 후배가 말했다. 한 번 싫다고 퇴짜를 놓았더니 바로 포기하는 남자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고백하는 경우도 적단다. 상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판단할 때만 말을 뗀다고 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작업의 정석’도 흘러간 얘기가 된 걸까?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연애도 쉽게 단념하는 남자가 많다. 여자한테 차이느니 나 혼자 알콩달콩 살겠다는 ‘초식남’까지 등장했다.

 인간의 욕망은 좌절되었을 때 ‘절망’으로 바뀌고 뒤틀린 형태로 튀어나온다. 한 케이블 채널에 나와 만화 캐릭터와 결혼했다고 밝힌 20대 남성. 그는 연애에 실패한 경험으로 ‘진짜’ 여자를 믿지 못했다. 대신 ‘캐릭터’ 여성을 사랑한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수원 토막 살인사건. 한 인간의 억눌린 성적(性的) 욕망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분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미국 유명 가수 레이디 가가의 지난주 공연은 욕을 먹을 것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야 한다. 대중이 욕망을 분출할 통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레이디 가가의 히트곡 ‘본 디스 웨이’에는 ‘너 자신의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은 그른 일이 아니다’는 가사가 있다. 자신의 욕망을 보이는 것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레이디 가가가 욕먹는 가장 큰 이유는 동성애자·양성애자 등을 옹호한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동성애자가 되라’고 선동하지는 않았다. 태어난 모습을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면서 즐겁게 살라는 뜻이다.

 레이디 가가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도 레이디 가가 못지않았다. 과장된 행동과 패션은 관객들 내면의 분출 수단이었다. 거의 ‘변장’을 한 사람들은 일종의 해방감을 만끽했다. 평소에 할 수 없었던 독특한 패션과 메이크업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할 자유를 누렸다. 얼굴이 평범하든 몸매가 나쁘든 상관없었다. 공연에 다녀온 한 친구는 며칠이 지나도 공연장의 흥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고백했다.

 우리가 비난해야 할 대상은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레이디 가가가 아니다. 욕을 먹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겉으로는 고고한 척하면서 음지에서 왜곡되게 욕망을 표출한 사람들이다. 연습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기획사 사장,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 측근,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룸살롱’의 지팡이가 되었던 일부 경찰 등등.

어느 순간 자신의 본 모습을 잊고 또다시 왜곡된 욕망을 꿈꿀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그 사람들에게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후회 속에 너를 숨기지 마. 그저 네 자신을 사랑해. 그걸로 된 거야.’

김승환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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