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여드름에 좋은 화장품? 나쁜 화장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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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늘체한의원 최현민 원장

여드름 피부를 가진 이들은 화장품 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생활필수품인 화장품을 아예 사용을 안 할 수 도 없고, 사용할 때에는 어떠한 성분이 피부에 위험한지 모르겠어서 더더욱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준다는 스마트폰 어플까지 나왔을 지경이다.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가 시행된 이래로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에 포함된 모든 성분을 항상 체크해보고 나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무조건 피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물론 평소 예민하거나 트러블이 많이 나는 피부를 가졌다면 당연히 화장품을 사용하기 전에 꼭 테스트를 거치고 잘 맞지 않는 성분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어차피 화장품이라는 것 자체는 화학성분의 복합체로 모든 화학성분은 인체에 잠정적으로 해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또한 화장품 방부제로 쓰이는 파라벤 같은 경우는 대부분 모든 제품에 들어있기 때문에 특정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뿐 아니라,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되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의 양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승인을 받고 제품화가 가능한 일이다. 만약 유해성분들을 피하고 싶다면 화장품을 아예 바르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일일지도 모른다. 표지성분을 분석해가면서 엄격하게 화장품을 고르는 일보다 피부상태에 따라 적절한 화장품을 적절한 양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여드름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어떤 좋은 화장품을 더 사용하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자주 하곤 한다. 원래 여드름은 청소년기의 과도한 피지분비와 불안정한 호르몬 등이 문제가 되어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성인이 되면서 호르몬이 일정하게 공급되고 배설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요즘은 30대, 40대가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피부는 너무 건조하다 싶으면 유분을 더 많이 공급해 기름막으로 보호하고, 너무 습하다 싶으면 모공을 최대로 열어 호흡을 유도해 피부에 습기가 고이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그 환경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조직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피부의 상태에 관계없이 매일 수시로 좋은 화장품을 사용하고 관리한 탓에 유분이 과잉 생산될 때는 어떻게 조절하고 부족할 때는 어떻게 조절해야하는 지를 피부가 스스로 배우지 못하고 점차 그 조절능력을 잃게 되어 여드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화학비료로 농작물의 생산에 당장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장기간의 과도한 사용은 원래 의도와는 반대로 그 땅을 망칠수도 있다.

또한 여드름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과도한 스트레스, 부족한 수면시간이나 나쁜 식습관 등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땀, 소변, 대변이나 여자의 경우 월경 등 배설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병원의 도움을 받아 내과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좋은 피부이지 좋은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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