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 딱지 맞은 사르코지 결선 뒤집기 꿈 가물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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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니콜라 사르코지(57) 프랑스 대통령의 연임 희망은 더 멀리 달아났다. 지원을 기대했던 극우파 정치인은 그의 꿈에 찬물을 끼얹었고, 불편한 정치 자금 스캔들까지 덮쳤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4) 당수는 1일 “나는 백지 투표를 하겠다. 여러분은 각자의 뜻대로 투표하면 된다”고 지지자들에게 말했다. 대선 결선 5일을 남겨 놓고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58) 사회당 후보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1일(현지시간)까지의 여론조사에선 사르코지 대통령이 올랑드 후보에게 6∼10%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같은 우파에 속하는 르펜이 막판에 자신의 손을 들어주기를 고대해 왔다. 하지만 르펜은 “사르코지와 올랑드 둘 다 나라를 이끌기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며 중립을 선언해 버렸다.

 지난달 22일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르펜은 17.9%의 득표로 올랑드와 사르코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640여 만 표를 얻는 대약진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결선에서 역전승을 거두려면 그중 500만 표 정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9.1%로 5위를 했던 중도파의 프랑수아 바이루(61) 후보도 조용히 결선을 지켜보고만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고립무원의 처지다.

 프랑스 언론들은 르펜이 우파 내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통령을 궁지로 몬 것으로 분석했다. 다음 달 총선까지 지지 상승세를 이어간 뒤 대선 패배로 집권 세력이 분열하는 틈을 타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 나서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일 저녁(한국시간 3일 오전)의 TV 토론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 대부분이 이미 마음을 정해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게다가 5년 전 대선 때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지도자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고 이후 그의 측근을 비호했다는 의혹이 연일 좌파 언론에 의해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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