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도계위, 파이시티 업무시설 확대 놓고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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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에서 1일 공개한 2005·2008년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 일부.

서울시가 2008년 8월 파이시티에 대해 업무 시설을 허가해주는 과정에서도 도시계획위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1일 공개한 파이시티 관련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회의록에 따르면 2008년 8월 회의 때 한 위원은 “부대시설에 사무실이 포함된다는 논리로 오피스 빌딩을 (파이시티에) 허가해 준다면 도계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시장이 재임 중이던 당시 서울시는 이날 회의를 통해 기존 계획에 있던 파이시티 업무시설(6.8%) 비중을 20%로 대폭 상향해 줬다. ‘도시계획 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통업무설비 내에는 주요 시설(점포·터미널·창고)과 규정에 열거된 몇 가지 부대 시설만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부대 시설 안에 사무실 같은 업무 시설도 포함시킬 수 있다는 해석을 이날 회의에서 내놨고, 위원들은 이를 질타했다. 한 위원은 “도계위는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서울시 얘기대로 결정하면) 도계위가 법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정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서울시가 아예 부지 일부를 정식으로 용도 변경해주는 것이 맞지 (그런 식으로 규정을 해석하는 것은) 편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정한 룰을 가지고 개발이익 환수 쪽으로 하든가 해야지 도시계획상의 용어를 가지고 장난 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위원은 그 무렵 인근에서 허가가 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센터 증축 문제를 비판하며 파이시티에 대해서도 업무 시설을 허가해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양재IC 이쪽은 엄연히 물류유통 지역으로 돼 있다”며 “현대차 본사에 이어 파이시티까지 업무 시설을 허용하면 이 주변에 수많은 업무빌딩이 들어서게 돼 도시계획상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 반론이 거세지자 최창식(현 중구청장) 도시계획위원장은 “끝까지 제 주관적인 의견을 안 내려 노력했는데, 조금 의혹을 받을 소지는 있다”면서도 “애초 회사가 제출한 업무시설비율(23%)을 20%로 낮추고, (허가에) 상응하는 공공 기여를 받는 조건으로 정리하자”며 허가 결정을 내린다.

 세부시설변경(상업시설 허용)을 논의했던 2005년 11월과 12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도계위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서울시 설명에 대해 위원들이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05년 11월 회의=▶서울시 관계자 “화물터미널에서 대규모 점포로 변경하는 것은 경미한 사항이기 때문에 도계위 심의·의결을 안 받고 자문만 받아도 된다.”

 ▶A위원 “이게 어떻게 보면 엄청난 안인데. 상점이 저렇게 들어서면 교통난도 문제가 될 것 같고, 오늘 자문 결정하는 거는 무리다.”

 ◆2005년 12월 회의=▶B위원 “ (파이시티 앞) 코스트코와 이마트 때문에 상당히 교통 체증이 심하다.”

 ▶C위원 “동감이다. 교통을 어느 정도 분산시키지 않은 상태서 파이시티 계획만으로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모란 기자

◆도시계획위원회·건축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의 장기 발전계획을 심의·자문하는 기구다. 해당 지역의 용도뿐만 아니라 주변 지구와의 균형적인 개발을 고려해 계획을 추진한다. 환경·교통·수도·하수도·주택 등 부문별 계획을 수립할 때도 도시계획의 내용과 부합돼야 한다. 건축위원회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자문을 받아 넘어온 특정 건축물 등에 대해 인허가를 내리는 별도 위원회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도계위원장은 행정2부시장이, 건축위원장은 주택국장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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