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 “세 가지 조건 되면 미 대사관 떠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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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 변호사 천광청(오른쪽)이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인권 운동가 후자의 아내 쩡진옌과 만나 미소를 짓고 있다. 쩡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천광청 변호사가 중국 정부에 세 가지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가택연금 중 탈출해 나흘 만에 베이징(北京)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들어간 중국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41)이 중국 당국에 ‘인권 개선’ 등 세 가지 요구조건을 들어주면 대사관을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미국은 탈출 때 부상을 입은 천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가 치료하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의 탈출을 도운 중국 인권운동가 후자(胡佳)의 부인 쩡진옌(曾金燕)은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천이 미국 대사관을 찾은 중국 관리들과 만나 인권 개선, 연금기간 중 자신과 가족(부인과 딸)에게 폭력을 가한 경찰 처벌, 가족 신변안전 보장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쩡은 남편 후와 함께 외곽에서 천의 탈출을 도운 인물이다.

 그는 또 “천은 중국 당국이 세 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면 곧바로 대사관을 나와 망명하지 않고, 중국에서 인권 보호를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천은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미국 대사관에 남아 인권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쩡은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쩡은 덧붙였다.

 천은 2005년 산둥성에서 강제낙태와 피임수술을 당한 여성들의 소송을 대리하고 인권 보호를 위한 가두시위를 벌이다 2006년 기소돼 징역 4년3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죄목은 교통방해죄였다. 그는 2010년 출소 후 가택연금을 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과 부인 및 딸이 경찰에게 폭행당한 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공개했었다.

 홍콩의 명보(明報)는 이와 관련해 미국 텍사스에 본부를 둔 대중국원조협회(對華援助協會·China Aid)의 푸시추(傅希秋) 설립자(목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 이전에 천씨와 그의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가 신병치료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1일 보도했다. 천씨는 탈출 과정에서 200번 이상 넘어져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해 온 대중국원조협회 회원들은 천의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는 “천의 신병처리와 밀접하게 관계된 미국 관리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번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중국은 (미국의) 조건을 보고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는 또 “천은 현재 망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어 조만간 미국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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