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아주 나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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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거대담론으로 보면 (1일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이) 모기 다리 긁는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개별 기업단위에서 규제 완화로 도움을 받는다면 큰 의미가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1분기 경제상황 점검과 정책대응 방향’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공개된 실물지표인 산업활동 동향은 썩 좋지 않았다. 2개월 연속 동반상승했던 생산·소비 지표가 전달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3월 광공업생산은 3.1% 감소했고,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2.7% 줄었다. 설비투자는 2월(-3.9%)에 이어 감소폭(-7.0%)이 더 커졌다.

 경기회복세가 주춤거리는 모양새지만 정부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김정관 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1~2월 지표가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계절·일시적 요인이 겹쳤다”며 “월별 지표만으로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화학업계의 설비 유지보수가 있었고, 약가 인하 발표로 의약품 생산도 위축됐다. 예년보다 비 내린 날이 많은 탓에 건설투자와 비금속 광물 생산도 줄었다.

 정부의 경기 판단을 종합해 보면 “지난해 하반기에 겪었던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3월 들어 회복세가 다소 주춤해지는 등 회복 속도에 있어 불확실성이 있다”는 거다. 유로존 불안, 중국의 성장 둔화 등 위험요인이 여전히 큰 상황이어서 경제를 낙관하기 이르다는 얘기다.

 “경기가 확실히 나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만큼 좋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고민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토로했다. 1일 발표된 투자활성화 대책도 화끈한 거시대책 대신 선제적인 규제완화를 위한 미세조정(fine tuning) 차원에서 나온 보완책인 셈이다. 최상목 국장은 “거시정책은 경기변동성을 확대시키지 않고 정책여력을 비축하는 차원에서 현행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경기흐름만 인위적으로 대폭 개선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한 재정 조기집행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재정지출 규모 276조8000억원 가운데 89조4000억원을 1분기에 집행했다. 재정 집행률은 32.3%로 계획보다 2.3%포인트 초과 달성했다. 이강호 재정부 성과관리과장은 “1분기 재정 조기집행이 민간수요 보완 등 경기둔화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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