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영준 의혹’ 그 끝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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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오늘 대검 중수부에 소환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그는 ‘왕(王)차관’으로 불리던 현 정부의 핵심 실세다. 그간 숱한 의혹의 주인공이었던 박 전 차관에 대한 조사가 검찰 수사의 성패를 가른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정식 입건할 만큼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얘기지만 그의 연루 의혹은 한 꺼풀씩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박 전 차관은 포항지역 기업인인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 관련 계좌를 통해 돈세탁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차관에게서 청탁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도 조사를 받은 상태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측에서 언제 얼마를 받았는지, 서울시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다른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없는지 빠짐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박 전 차관 조사가 주목되는 것은 그와 파이시티, 그리고 파이시티의 새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건설 간의 ‘삼각유착’ 의혹 때문이다. 박 전 차관은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으로 있던 당시부터 이 의원 지역구에 있는 포스코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발탁되는 과정에도 이 의원과 박 전 차관이 입김을 넣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 전 차관의 자금 관리를 맡은 인물로 지목된 이동조 회장의 경우 지역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포항 뿌리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이 의원의 지역구 중앙위원을 지냈다고 한다. 그가 운영하는 포스코 협력업체 제이엔테크의 매출이 현 정부 들어 8배 급증했다니 그 배경 역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그간 권력 실세엔 유독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 전 차관은 ▶SLS 그룹 이국철 회장의 ‘술 접대’ 로비 주장 ▶아프리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과 관련한 CNK 주가 조작 ▶민간인 불법사찰·증거인멸 사건 등에서 끊임없이 이름이 거론됐다. 막상 검찰 조사에 들어가서는 어느 의혹 하나 제대로 규명된 것이 없었다. 검찰 주변에선 “검찰의 무능이냐, 봐주기냐”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사는 검찰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MB(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8억원 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법 앞에 실세와 허세(虛勢)의 구분은 있을 수 없다. 박 전 차관 수사에서도 초지일관 엄정한 자세를 유지해주길 바란다. 조사 과정에서 어떤 의혹이 나오더라도 뒷걸음질치거나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수사 초기 “나오는 대로 수사하겠다”고 다짐했던 대로 의혹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파헤쳐주기를 많은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알려왔습니다  포항지역 단체인 ‘포항뿌리회’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은 회원이 아니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