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또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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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있는 그리스에 대한 국제 구제금융과 강도 높은 긴축 요구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그리스 의회에 대거 진출할 전망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다음달 6일 치러지는 그리스의 조기 총선에는 모두 32개 정당이 참여한다. 그리스에서는 지난해 11월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집권 사회당과 야당인 신민주당이 참가한 중립거국내각이 구성됐으며 제2차 구제금융 이후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총선에선 중도좌파 사회당과 중도우파 신민주당 등 10개 정당이 하한선인 3% 이상을 득표해 원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AFP는 전했다. 이 가운데 구제 금융과 긴축을 받아들이는 정당은 사회당과 신민주당밖에 없다. 나머지 정당들이 연합해 새로 구성되는 의회에서 반긴축 목소리를 높일 경우 간신히 부도위기를 넘기고 있는 그리스는 또다시 큰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민주당이 사회당에 4~9%포인트 앞서 가고 있다. 거국내각에 참가한 양대 정당의 지지율은 합해도 50% 남짓이다. 3년 전의 77.5%에 크게 못 미친다. 두 당은 1974년 군부 독재가 종식된 이후 30년 넘게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해왔다.

 이들에 이어 3위를 다투는 정당 중에는 극우 ‘황금여명당’이 부각되고 있다. 인종주의에 기반을 둔 네오나치 성향의 이 정당은 5%가량의 지지를 얻어 1992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원내에 교두보를 마련할 전망이다. 지난 총선에선 0.23% 득표율에 그쳤다. ‘황금여명당’은 구제금융을 통해 그리스 등에 긴축을 압박하고 있는 독일이 유럽을 지배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당은 또 인구의 10%에 달하는 이민자들이 그리스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이들을 추방하겠다고 주장한다.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21%에 달하고 임금과 연금이 대폭 삭감된 그리스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10년 유럽연합(EU)에 들어온 불법이민자 중 90%가량이 그리스를 통해 입국했다.

 극좌파인 공산당과 시리자(Syriza)당, 극우 라오스(LAOS)당도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구제금융 자체를 거부하는 ‘독립 그리스인당’, 긴축에 반대하는 ‘사회협약당’, 그리고 ‘반자본주의자당’ ‘돈 내지 않겠다 당’ 등도 원내 진출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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