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7)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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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멸망하는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월드시리즈 우승은 없었지만 비교적 싼 연봉에 최강의 타선, 연일 매진되는 입장권을 고려하면 그 기간동안 가장 효과적인 팀중 하나였음에는 분명했다.

그리고 올시즌 클리블랜드는 자신을 벤치마킹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의해 정상의 자리에서 끌어 내려졌다.

90승은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오히려 지구우승을 차지했던 97, 98년보다도 많은 승수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사실은 아메리칸리그의 중부지구는 이제 더이상 '무주공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1. '양키 킬러'를 영입하다

사실 그들이 원했던 투수는 척 핀리가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에서 뉴욕 양키스의 선발진과 맞대결할 '에이스'를 바랬던 클리블랜드는 당시 필라델피아 소속의 커트 실링(현 애리조나)이나 토론토의 데이빗 웰스를 노렸다. 하지만 그들을 데려오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고, 결국 클리블랜드는 애너하임에서 FA로 풀린 좌완 베테랑 핀리를 잡았다.

당시 만 37세의 핀리는 당초 클리블랜드의 계획에 정확히 일치하는 투수는 아니었지만, '숙적' 양키스전에 유난히 강하다는 한가지 매력을 갖고 있었다. 통산 16승 9패 방어율 1.20.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이 '양키 킬러'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보지도 못한채 시즌을 마감해야만 했다.

2. Stairway to Heaven

찰스 내기의 투심은 더이상 떨어지지 않았다.(2승7패 8.21) 기다리고 기다렸던 자렛 라이트의 화려한 재기도 불발에 그쳤다.(3승4패 4.70)

마이크 잭슨의 이탈로 가장 큰 약점이 되리라던 마무리에서는 스티브 캇세이와 함께 후반기에 합류한 밥 위크먼이 잘 막아준 반면, 문제는 생각지도 않았던 선발진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내기나 라이트가 아닌, '에이스'라는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한 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있는 콜론이다.

던지면 던질수록 더 강력해지는 '이상한 투수' 콜른은 지나치게 직구를 고집한다. 때문에 수준급 커브의 위력이 감소됨은 물론, 체인지업의 발전 또한 지지부진하다.

콜른이 완벽한 에이스가 되지 못한다면, 결국 클리블랜드는 에이스를 밖에서 찾아올 수 밖에 없다.

3. 최고타선의 영예를 물려주다

지난해 클리블랜드는 메이저리그 30개 팀중 1천득점 이상(1009점)을 올린 유일한 팀이었다. 올해 클리블랜드는 지난해보다 36개가 많은 225개의 홈런을 쳤지만, 팀득점은 무려 120점이 줄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클리블랜드 강타선의 원동력은 사실 이 세명에 있다. 지난해 데이빗 저스티스(현 양키스)와 매니 라미레스, 짐 토미 앞에서 타점의 기회를 무한히 제공해 줬던 이들은 한결같이 다소 부진한 한해를 보냈다. 사실 3할6푼 이상의 출루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의 출루율이지만, 이들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4. 경착륙 or 연착륙

라미레스의 이적은 앞으로 클리블랜드가 헤쳐나가야 할 고난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양키스, LA 다저스 등의 '큰 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연봉정책을 지향하는 클리블랜드는 결국 라미레스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당분간 주축선수들의 이탈에는 큰 걱정을 안해도 될 것 같다. 존 하트 단장의 특기인 장기계약작전으로 이미 토미, 알로마, 콜른, 트래비스 프라이먼 등의 주축선수들은 2003년까지 몸이 묶인 상태.

결국 어쩔 수 없는 전력약화를 인정하고 유망주를 끌어 모으는 연착륙을 할 것인가, 또는 정상의 위치에서 버틸 때까지 버티다 한번에 추락하는 경착륙을 선택할 것인가는 클리블랜드의 의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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