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지도부 경선 행태 문제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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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호 02면

민주당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둘러싼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이해찬·박지원 의원이 서로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맞기로 담합한 데 대한 반발에다. 백낙청씨 등 당 밖에 있는 재야 원로그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둘러싼 진실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민주당의 이 같은 논란이 극히 비민주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만일 미리 짜여 있는 각본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도대체 그런 선거가 왜 필요하다는 말인가. 게다가 이른바 원로그룹의 후광에 기대어 자신들의 행태를 정당화하려는 태도는 얼마나 볼썽사나운가. 그동안 민주당은 입만 열면 “이명박 정부는 군사독재보다 더하다”고 노래를 불러왔는데 과연 스스로의 행태는 얼마나 민주적인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어떤가. 새누리당에는 민주당 같은 선거 과열은 없다. 그 반대로 오히려 꽁꽁 얼어붙어 있다. 선거가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 도대체 어떤 인물들이 후보로 나올지 윤곽조차 알 수 없다. 그 정도가 아니라 선수로 거론됐던 중진 의원들은 줄줄이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홍준표 대표 체제가 만들어질 때 나경원·유승민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지고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새누리당에서 이처럼 선거 분위기가 얼어붙은 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이 크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계보 의원들이 새 지도부를 독차지할 것이란 내용의 문건이 나돌자 이를 비판했다. 그는 “민생이 우선되지 않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자리 다툼일 뿐”이라며 “당을 흐리게 만들고 국민이 ‘또 저 짓을 하느냐’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일은 당을 해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이렇게 분열한다면 더 이상 용서를 빌 곳도 없어지고, 당은 자멸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선거는 선거다워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새누리당 당원들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뽑아야 하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새누리당의 이번 전당대회는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폭로 후 열리는 첫 전당대회다. 새누리당은 돈·줄·동원·네거티브·불법이 없는 5무(無) 전당대회를 이미 선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경선 후보들이 당을 어떻게 쇄신할지,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 대선 후보 경선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을 내놓고 서로 다퉈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마땅히 있어야 할 활발한 소통과 건강한 논쟁까지 함께 실종된 상황이다.

우리는 민주당식 담합과 과열도, 새누리당식 눈치 보기와 냉각도 옳지 않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꽃은 정당이고, 정당이 건강해야 정치도 튼튼해진다. 여야 모두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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