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 분석' 등 한 주를 여는 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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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두에게 잠재된 강박증 분석
- '나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권준수 지음, 올림 펴냄)

연초에 비해 연말이 무척 우울해진 닷컴기업들의 풍경입니다.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한국인 모두가 강박증이라는 정신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까닭에 우리 모두는 강박증 환자라고 선언한 책이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 경제적 배경이 강박증의 원인이라는데 심각한 것은 스스로가 이 증세를 질환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떤 증세를 강박증이라고 하는 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차분히 읽다 보면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에게도 알게 모르게 파고들어와 있는 강박증세를 확인하게 됩니다.

서울대병원 강박증 클리닉 팀장인 지은이는 자신의 임상사례를 꼼꼼히 들려주면서 그 치료법까지 알려줍니다. 물론 책 한권으로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지배해 온 강박증을 털어버릴 수야 없겠지요. 그러나 모든 질환이 그러하듯, 병의 증세와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은 그 질환을 치료하는 첫걸음일 겁니다.

■ 통일 역사학의 온전한 정립을 위해
- '한국 현대사와 사회주의'(성대경 엮음, 역사비평사 펴냄)

우리의 현대사를 온전히 복원하는 일은 민족 통일을 이야기하는 전제입니다. 민족주의 계열의 해방운동이 치열했던 만큼 사회주의 계열의 운동 또한 그만큼 치열하게 전개됐음을 알아야만 우리의 현대사는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반공 이데올로기의 간섭으로 우리 역사학계에서 소홀히 다룰 수밖에 없었던 현대사에 있어서의 사회주의 운동을 새롭게 정리한 책을 들여다보는 일도 통일 열기로 북적였던 한 해를 마감하는 데에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입니다.

이 책에는 조선공산당 창당대회를 비롯, 한국 사회주의의 역사에 관한 주요한 문제들을 다룬 9편의 논문이 담겨 있습니다. 새로 발굴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과 평가를 담은 이 글들은 반쪽짜리 한국 현대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 철학자 눈으로 애니메이션 통찰
-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김용석 지음, 푸른숲 펴냄)

철학자 김용석 님이 애니메이션을 꼼꼼히 들여다 봤습니다. 철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90년대 초반의 디즈니 작품들 안에서 현대의 서사구조와 함께 서양철학사를 망라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찾아내는 방식이지요.

같은 대상도 다양하게 즐기자는 요량인데, 이는 지은이의 표현에 따르면 '21세기적 문화향유'방식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어원을 따지는 등 가벼운 읽을거리를 덧붙인 것도 독자에 다가서기 위한 장치이지요.

'알라딘'에서 '자유와 진리'를, '라이언 킹' 에서 정체성과 개인성의 의미를 논하며, 또 '인어 공주'에서는 인간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욕망과 그 실현의 문제를 분석하는 아주 독특한 책입니다.

■ 50여년 만에 부활한 '미술 산책'
- '새 近園 수필'(김용준 지음,열화당 펴냄)

월북 이후 잊혀져 온 근대 미술사의 '큰 인물' 화가 김용준 님이 남긴 산문이 50여년 만에 미려한 꼴을 갖추고 다시 나왔습니다. 모두 5권으로 기획된 전집 가운데 첫 권으로 나온 '새 근원 수필'은 수필 문장의 맛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장르를 넘어서서 '해방 전후 남겨진 문장중 가장 순도 높은 글'이라고도 이야기하는 글이지요. 우리말을 무척이나 격조있게 표현하는가 하면 지금은 잘 쓰여지지 않는 한자어도 적절한 자리에 놓여 있어 문장의 격조가 더욱 높아지는 그런 글입니다.

화가이며 미술비평과 미술사학을 겸한 근원 김용준 님의 이 책은 48년 처음 나왔던 것을 새로 펴낸 것이지요. 이번 전집의 2권으로 함께 나온 '조선미술 대요'는 미술사의 상식들의 원전을 모은 것이어서 눈길이 가는 책입니다.

■ 웹 비즈니스의 성공 비결
- '웹강령 95'(와인버거 외 지음, 황진우 옮김, 세종서적 펴냄)

웹 비즈니스맨인 데이비드 와인버거 등 4명이 개설한 웹사이트(http://www.cluetrain.com)에서 '대화' 를 통해 엮어 낸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에서 내놓은 95개의 웹 비즈니스 성공 강령은 당장에 사업에 응용할 것들은 아닙니다.

웹의 본질은 과연 무엇이고, 인터넷 쇼핑몰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들은 웹이란 선사시대 이래 인간의 본능적 관심인 타인과의 '대화' 를 복원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산업화시대 대중매체에 의해 중단되었던 인간들 사이의 대화가 인터넷에 힘입어 다시 돌아온 것이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따라서 웹 비즈니스에서의 성공 비결은 인터넷의 이같은 대화적 본질을 바로 깨닫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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