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계륵이 되어버린 로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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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부담되고. 지금 최고용병 바비 로즈(33)를 바라보는 요코하마의 심정이 이렇다. 93년 요코하마에 입단한 이래 7년동안 로즈는 팀의 해결사로서 활약해 왔지만 올 스토브리그에선 뜨거운 감자가 되어 요코하마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요코하마와 로즈 사이의 갈등은 올시즌 말부터 시작되었다. 원인은 연봉문제. 최고용병에 걸맞는 대우를 원하는 로즈가 연봉 5억엔을 요구한 반면, 요코하마는 오히려 삭감을 시사하며 로즈의 주장을 일축한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후 현재까지도 요코하마와 로즈의 협상은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당초 연봉협상에 불만을 품은 로즈는 은퇴를 결심했었다. 하지만 주니치 등, 자신을 탐내는 팀들로부터 끊임없이 구애를 받자 로즈는 태도를 바꿔 트레이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요코하마도 퍼시픽리그라면 로즈를 트레이드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표명해 트레이드가 급물살을 타는듯 했다. 하지만 같은 리그의 라이벌인 주니치나 요미우리가 로즈에 관심을 표명하자 요코하마는 트레이드 불가로 돌아섰다.

이렇게 로즈를 놓고 요코하마가 갈팡질팡하는 원인은 로즈의 위력때문이다. 7년동안 통산타율이 0.325에 이르고, 타점왕을 두번이나 차지했던 로즈다. 요코하마 입장에선 로즈가 은퇴하거나 퍼시픽쪽으로의 이적이라면 충격이 덜 하겠지만, 만약 센트럴의 주니치나 요미우리로 갈 경우엔 보통 타격이 아니다. 특히 고메스가 떠난 후, 오른쪽 장거리포 찾기에 혈안인 주니치는 호시노 감독이 친히 나설정도로 로즈영입에 적극적이어서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요코하마 팀사정을 감안해도 로즈는 꼭 필요한 선수다. 당초 요코하마는 신조를 영입함으로써 로즈의 공백을 메꾸려했지만 신조가 메츠를 선택한만큼 이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요코하마로선 이미 고마다를 방출한 마당에 로즈까지 빠져 나간다면 심각한 타선 약화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계약을 하자니 이도 난처하다. 일단 로즈가 요구하는 5억엔이란 돈이 너무 부담된다. 더구나 계약을 한다치더라도 그동안 상할대로 상한 팀과의 앙금을 생각할 때, 과연 로즈가 여느해처럼 빼어난 성적을 내며 팀과 잘 융화해 나갈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전임 곤도 감독과는 영 딴판인 모리 감독의 엄한 스타일에 로즈가 잘 적응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렇게 내주자니 너무 불안하고, 데리고 있자니 여러모로 껄끄러운 로즈 딜레마에 대해 요코하마가 내린 호구책은 보류선수 제도였다. 계약보류선수가 되면 규정상 타팀으로 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구단은 작년 연봉의 4분의 1을 일당으로 나눠서 해당선수에게 지급 해야한다. 로즈의 경우 작년 연봉이 4억2천만엔이었으니까 약 1억엔 이상을 보류수당으로 지급하는 셈이 된다. 즉 요코하마는 내년 1월 10일부터 매일 로즈에게 30만엔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요코하마는 일단 교섭을 계속하며 로즈의 심경이 변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보류수당으로 1억엔을 희생하더라도 로즈를 붙잡아둘 기세다. 죽어도 로즈를 센트럴리그의 경쟁팀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지난 7년동안 요코하마 기관총 타선의 핵이었던 로즈는 타 팀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스토브리그에서 만큼은 로즈가 소속팀인 요코하마에게 악몽과 같은 존재로 비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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