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정치 불사조 오자와 ‘1심 무죄’ … 총리 도전 나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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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원한 막후 실세’로 불리는 일본 정계의 거물 오자와 이치로(69) 전 민주당 대표가 26일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핵심은 자신의 정치자금 관리단체 리쿠잔카이(陸山會)의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 허위 기재에 오자와가 관여했는지였다.

 도쿄지방법원은 “오자와 전 대표가 허위 기재를 공모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오자와의 손을 들어줬고, 오자와는 “법원의 양식과 공정성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기소돼 10월부터 재판을 받던 오자와는 정치적 면죄부를 받았고, 일본 정치권은 여야 없이 요동치고 있다.

 먼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었다”며 추진 중인 소비세 인상 논의는 악재를 만났다. 오자와는 그동안 ‘증세는 민주당의 2009년 총선 공약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자신에게 내려졌던 당원자격 정지 조치가 조만간 해제되면 오자와는 100여 명에 달하는 자파 의원을 앞세워 더욱 격렬한 반대론을 펼 전망이다. 증세를 좌절시켜 노다 총리를 정치적으로 무너뜨린 뒤 총리직이 걸려 있는 9월 당 대표 선거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한다. 40년이 넘는 정치 역정 속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주로 맡아온 그가 1인자에 도전하는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다. 오자와는 최근 “하늘의 명이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 “최후의 봉사를 하고 싶다”며 총리직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야당인 자민당은 “소비세 인상 문제에 대한 협조를 받으려면 증세 반대파인 오자와와 결별하라”며 노다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노다와 오자와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여야가 흩어 모이는 정치권 빅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재판을 앞두고 법원 주변엔 방청권을 확보하려는 오자와 지지자들이 새벽부터 몰려들었고, 방송사들은 헬기까지 동원한 뉴스특보를 편성해 이번 재판에 쏠린 관심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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