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한국을 매력있게 하는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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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는 한·중에 있다. 한·중·일은 여건이 되는 대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시작한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이 밝힌 동북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방향이다. 한·중·일 FTA 협상을 서두르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한·중 FTA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한 달여. 정치권에선 아직도 한·미 FTA의 전면 재협상론, 폐기론의 불씨가 살아 있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의 무게중심은 이미 한·중 FTA 협상으로 옮겨갔다. 한·중 FTA는 23일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한·중 FTA 협상 개시 선언, 언제 하나.

 “준비에 상당히 합의했지만 아직 시간은 정하지 못했다. 협상 개시 전에 중국과 협의문을 발표하려고 실무협의 중이다. 협의문은 ‘민감한 분야는 배려하고, 상품·서비스·투자 등 포괄적인 FTA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될 거다.”

 한·중 양국은 민감한 분야는 아예 FTA 협상에서 제외하거나, 관세 철폐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길게 가져가자는 데 합의했다. 다만 민감 품목에 무엇을 포함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어디까지가 민감 품목이 될까.

 “정말 민감한 부분은 다 빼고 싶다. 굳이 말하자면 쌀은 확실히 빠지는 거다(웃음). 민감 품목엔 수산물·농산물뿐 아니라 일부 취약한 공산품도 들어갈 거다. 하지만 양면성이 있다. 중국 쪽에서 ‘자동차, 스마트폰을 빼자’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되지 않나(웃음). 쉽지 않다.”

 한·중 FTA 논의가 진전되면서 조급해진 건 일본이다. 일본은 5월 한·중·일 정상회담 때 3국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자고 주장한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느긋하다. 박 본부장은 “한·중·일 FTA는 이제 막 공동 연구가 끝났을 뿐”이라며 “5월에 바로 협상 개시는 무리”라고 말했다.

 -한·중·일 FTA 협상을 미루는 이유는.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공청회 등 국내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세계 2위, 3위 국가와 한국이 FTA를 함께 맺자는 것 아니냐. 더 논의해야 한다. 일본은 당장 시작하자고 하고, 중국은 연내에 하자고 한다. 우리는 날짜를 못 박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올겨울이나 내년 초쯤 하자는 거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신인 박 본부장은 ‘검투사’로 불리던 전임자(김종훈 국회의원 당선인)와는 이미지부터 다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학생을 가르치듯이 차근차근 설득해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박 본부장을 평한다. 그에게 “왜 한·미 FTA 반대 여론이 잦아들지 않을까”라고 묻자 다소 긴 답변이 돌아온다.

 “일반인이 보기에 내 얘기는 추상적이고 반대 쪽은 매우 위협적·굴욕적이다. 원래 무역의 이득은 많은 사람에게 퍼져 있어서 개개인은 잘 못 느낀다. 이에 비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 몰락한 느낌이고. 이런 사람 얘기를 들으면 ‘FTA를 왜 하지’ 싶다. 중요한 건, 큰 그림을 보자는 거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굴하게 해서 얻는 게 뭐가 있겠나. FTA는 우리나라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제도다. 그걸 하는 게 정치 지도자다.”

 그는 한·미 FTA 효과에 있어 ‘대기업 역할론’도 강조했다. “대기업이 부품 협력업체와 손잡고 같이 해외시장으로 나가는 것, 그게 바로 동반성장이다. 어린애 데리고 세계여행 가면 눈이 뜨이지 않나. 중소기업이 많이 해외로 나가야 젊은 세대 일자리도 생긴다.”

 통상교섭본부는 여러 국가와 FTA 협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가장 이른 시일 내 결과가 나올 만한 국가는 콜롬비아다. 박 본부장은 “오는 6월 대통령이 브라질 ‘리우+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체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터뷰 뒤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래서 26일 박 본부장에게 추가 질문을 던졌다.

 -미국 광우병 재발로 국민들이 불안하다. 2008년의 혼란이 재연될까 우려되는데.

 “2008년 당시 정부 바깥에서 광우병 사태를 보면서 국민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은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대로 향후 조치를 논의하겠다.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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