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도 전에' 강원랜드 몰카, 카드 6~7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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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강원랜드 몰래카메라 사기도박에 활용된 카드박스는 카드가 밖으로 배출되기 전 6~7장까지 판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기도박단이 벌인 바카라 게임은 뱅커와 플레이어로 나눠 2~3장의 카드 수를 더해 끝자리가 9에 가까운 편이 이기는 방식이다. 따라서 베팅을 하기 전 미리 판독할 수 있는 카드 수가 많을수록 승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강원랜드 몰카 사기도박 사건을 수사 중인 정선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몰카 사기도박에 사용된 카드박스는 하단에 영상입력부, 무선송신부 등의 부품이 빼곡히 배치돼 있었다”고 25일 밝혔다. 또 카메라 인근에 바늘 같이 생긴 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핀은 카드박스 바닥과 평행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카드를 밀어 낸다. 그 결과 밀착된 카드 사이에 틈이 생겨 카메라가 여러 장의 카드를 판독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카드박스에는 어두우면 작동하는 발광다이오드(LED) 등과 함께 카메라 위에 카드를 확대해 판독할 수 있는 렌즈도 설치돼 있었다.

 카드박스 송수신장치의 전파수신 거리는 50m로 나타나 사기도박단이 객장과 가까운 거리에서 읽은 카드를 분석, 객장 내 일행에게 무선진동기로 알려 베팅하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카드박스로 배모(47)씨 등은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2차례에 걸쳐 10억원대의 사기도박을 했다. 배씨는 지난해 12월 2일 베트남으로 출국, 경찰이 베트남 정부에 공조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한편 사기도박에 활용한 카드박스와 자작극에 사용된 카드박스를 동일 인물이 제작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는 배모씨가 활용한 카드박스와 김모(42)씨 등이 자작극을 위해 설치했다 탈취한 카드박스는 ▶모터 사용 ▶보조광 사용 ▶동일한 카메라 위치 ▶촬영 부근의 투명한 아크릴 등 유사점이 많지만 구성 형태와 일부 회로도가 달라 같은 사람이 제작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기도박에 사용된 카드박스는 정교한 반면 자작극에 사용된 카드박스는 조잡한 편이었다. 자작극에 사용된 카드박스는 사건 직후 중국으로 달아난 이모(57)씨가 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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