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사회적 증권거래소’ 첫 설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사회적 기업과 주식시장.

 일견 어색한 결합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주주나 소유자를 위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이윤을 사업 또는 지역공동체에 다시 투자한다.

 돈벌이 자체가 목적이 아닌 만큼 일반 주식투자자가 좋아할 정도로 경영 실적이 썩 좋지는 않다. 고용노동부의 2010년 12월 자료를 보면 사회적 기업 289개사의 평균 매출은 8억2000만원이며 2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평균 당기순이익이 2000만원으로 나오지만, 이는 정부 지원금과 기업 기부금 덕분이다.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원리를 활용한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큰 그림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상생을 독려하는 게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상생 시스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 증시에 상장되면 이들 기업은 안정적으로 투자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시장의 감시를 받게 되면서 경영의 투명성과 기업 이미지, 브랜드가치도 높아진다. 증시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기업가치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적 벤처캐피털과 사회책임투자(SRI)펀드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이들이 주주로서 사회적 기업의 경영을 컨설팅·지원하고 잘못한 선택을 예방하는 견제·감시 기능을 한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나 민간의 투자액이 낭비되거나 누수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외국에선 이미 성공 사례도 나왔다. 브라질은 2003년 세계 최초로 사회적 증권거래소인 BVS&A를 설립했고, 남아공은 2006년 브라질 거래소를 모델로 SASIX(The South African Social Investment Exchange)를 만들어 성공리에 운영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와 캐나다, 영국 등도 사회적 기업을 위한 전문 증권거래 장터를 구축했거나 연내 오픈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