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비뇨기 복강경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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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절개로 최대 효과를'' .

외과수술이 지향하는 목표를 가장 먼저 근접시킨 치료가 복강경 수술이다. 현재 위.자궁.난소.담낭 등 각종 복부 장기 시술에 이용되는데 복강경을 이용한 담낭제거술의 경우 1987년 도입 후 현재는 기본 치료법으로 정착했다.

하지만 신장.부신 등 배 뒤쪽에 장기가 있을 때는 복강경 수술이 매우 어려워진다.

삽입된 관을 여러 각도로 돌려가면서 시술할 정도의 여유공간이 없어 그동안 옆구리를 30㎝ 이상 길게 절개하는 전통적 방법이 주류를 이뤄 왔다.

배 뒤쪽 장기에 비뇨기 복강경 수술을 시도한 사람은 미국 워싱턴대 의대 클레이먼 교수다. 90년 복강경으로 신장적출술을 성공시킨 것. 우리나라에는 이 시술법이 96년 처음 도입됐다.

서울대 의대 비뇨기과 김현회 교수는 "지금은 단순 신장적출술뿐 아니라 신장암.요관암 등에도 적용할 정도로 비뇨기 복강경은 새로운 치료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며 "치료 성적도 기존 개복수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고 설명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복강경을 이용한 신장암 수술 사례는 2천여건 이상이며 우리나라도 서울대병원 20여건을 비롯, 50여건에 이른다.

◇ 비뇨기복강경 수술법은〓 기존의 신장적출술은 최소한 30㎝ 이상 피부.지방.근육을 절개해야 하는 데다 수술 시야를 좋게하기 위해 보조 의사가 수술 내내 절개부위 주변을 기구로 잡아당겨야 한다.

삼성의료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복강경 수술은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배에 기구가 들어갈 만한 구멍 3~5개만으로 수술을 끝낼 수 있다" 고 말한다.

구멍에 기구를 삽입, 뒤쪽 복막을 뚫고 신장이나 부신에 접근해 원하는 수술을 한다는 것.

신장만 제거할 땐 1.2㎝ 크기 두곳, 5㎜ 두곳만 절개하면 된다. 이후 신장은 조각내어 풍선을 통해 꺼낸다.

하지만 신장이식을 위한 공여자 수술이나 암수술처럼 신장을 온전히 보전한 상태에서 제거해야 할 경우엔 한 부위만 7~8㎝ 정도 절개하면 된다. 수술시간은 2~3시간 정도.

복강경 수술은 모든 비뇨기과 질환이 가능하나 신장과 부신 수술이 가장 흔하다.

◇ 한발 앞선 후복강경 수술〓 복강경 수술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수술법이 옆구리 쪽으로 접근하는 후복강경 수술이다. 이는 복강을 통하지 않고 바로 기구가 후복강으로 들어가 시술하는 방법이다.

환자가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수술하게 되는데 기술 난이도는 복강경 수술보다 더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서울대병원 비뇨기과에서 98년 첫 수술에 성공한 이후 50여차례 시술했다.

◇ 복강경 수술의 장점=큰 장점은 수술 후 빠른 회복이다. 기존의 절개식은 수술후 열흘이 지나야 퇴원이 가능하며, 이전 생활로 돌아가려면 한달 정도가 필요하다.

반면 복강경 수술은 수술 다음날부터 걷기 시작해 4일째 퇴원하며 열흘이면 직장에 복귀할 수 있다.

입원기간 중 수술자리 통증 등으로 인한 폐기능 장애도 거의 없고 진통제 사용량도 월등히 적다.

단 이 시술은 가는 관을 통해 각종 외과기구를 삽입해 조작하기 때문에 외과의사의 숙련된 기술이 필수조건이다.

신장수술의 복강경 시술법 도입이 주는 또다른 이점은 신장 공여자 확대. 김현회교수는 "회복이 빠르고 흉터가 작은 복강경 시술법의 도입으로 미국에서는 신장 기증자가 해마다 50%씩 증가하고 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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