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원 싼 휘발유, 울주군의 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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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에 위치한 GS칼텍스 구영점의 이상범 점장(오른쪽)과 신운학 부장이 24일 베스트 주유소 인증서를 들고 있다. [울산=김윤호 기자]

지난 19일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푸른 주유소. 울산 도심에서 10㎞쯤 떨어진 주유소이지만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주유소의 이날 휘발유 1L 가격은 1994원으로 울산에서 가장 쌌다. 이날 서울지역 휘발유 1L 평균 가격은 2133원, 전국 평균은 2062원이었다. 23일에도 이 주유소의 휘발유 1L 가격은 2014원으로 전국 2062원보다 48원 쌌다.

 변두리 주유소가 싸게 팔 수 있는 비법은 울주군이 선정하는 ‘베스트 주유소’ 제도 덕분이다. 베스트 주유소는 기름값이 싸고 친절하며 정품·정량 기름을 판매하는 주유소 가운데 선정된다. 고객 송재선(38)씨는 “기름값이 싼 것도 좋지만 기름의 품질을 믿을 수 있어 베스트 주유소를 꼭 찾는다”고 말했다.

 베스트 주유소는 공무원과 시민단체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해야 태어난다. 심사의 첫 관문은 울주군 전체 120곳의 주유소 가운데 1년간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기름값이 싼 주유소로 이름을 많이 올린 횟수를 계산한다. 최근 5년간 행정처분 유무도 심사 항목이다. 가짜 기름을 판매한 사실이 있으면 탈락이다. 화장실과 세차시설 등 고객 편의시설도 심사 대상이다. 심사위원들이 손님으로 가장해 주유소를 돌며 직원들의 친절 여부를 평가한다. 주유소 흙을 채취해 토양 오염도 검사한다.

 이처럼 깐깐한 심사 덕분에 이 제도가 올해로 3년째를 맞았지만 3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주유소는 단 한 곳도 없다. 베스트 주유소에 이름을 올리면 울주군은 베스트 주유소 지정서와 펼침막, 휴지, 비누, 타월, 청소용품을 지원한다. 군 홈페이지와 지역신문에 무료 홍보도 해준다.

 2년째 베스트 주유소로 선정된 강상철(57) 푸른 주유소 대표는 “베스트 주유소로 선정된 뒤 고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 보람”이라며 “매출도 10%쯤 늘었다”고 말했다.

 푸른주유소는 휴지·생수·사탕 등 사은품을 제공하지 않아 가격 거품을 빼고, 세차 서비스 정도만 제공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고 있다.

 베스트 주유소가 있는 주변 주유소들이 기름값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면서 기름값 인하 효과가 확산되고 있다.

 23일 오피넷 분석 결과, 울주군 베스트 주유소 10곳의 휘발유 1L 평균 판매가는 2051원이었다. 이는 서울 평균 판매가 2132원보다 81원이 싸고, 전국 평균 판매가 2062원보다도 11원이 싸다. 최용식(52) 울주군 지역경제과 담당은 “피부로 느끼는 가격 차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고객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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