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라미레스, 펜웨이서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최고의 타점기계 매니 라미레스(28)가 결국 8년간 1억6천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앙숙' 뉴욕 양키스가 이미 마이크 무시나(31)라는 대어를 확보한 상황에서 보스턴도 빈손으로 물러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에게 과연 2,520만달러의 연봉을 줄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이지만, 한 발 양보하여 로드리게스의 실제가치가 그 정도라고 한다면, 라미레스의 가치 역시 2천만달러 이상이다.

그는 지난 3년동안 432타점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69년만에 한시즌 최다타점 기록인 191타점(핵 윌슨)에 도전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는 44경기를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122타점을 올림으로써 '생산력'에 관한한 역시 최고의 선수임을 입증했다.

빈공에 시달렸던 보스턴도 라미레스라는 확실한 4번타자를 영입함으로써, 이제는 강타선의 면모를 어느정도 갖추게 됐다.

그러나 라미레스의 앞에는 '그린 몬스터(Green Monster)'라는 괴물이 버티고 있다.

그린 몬스터는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의 좌측펜스를 지칭하는 말이다. 11.3m 높이의 좌측펜스는 녹색칠이 입혀진 1947년 이후 그린 몬스터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 괴물은 우타자들의 홈런을 잡아먹고 산다. 다른 구장같으면 충분히 홈런이 될 타구도 그린 몬스터에 걸리면 2루타에 그친다. 실제로 보스턴의 중심타자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올시즌 원정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쳤지만, 홈경기에서는 7개에 불과했다.

라미레스도 우타자인 만큼 대부분의 홈런은 좌측펜스로 향한다. 그가 파워에는 일가견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린 몬스터는 '홈런 9단' 마크 맥과이어의 대형 홈런도 잡아먹을 만큼 공포스런 존재이다.

위의 표를 보면 펜웨이 파크에서 라미레스의 장타율은 평균기록과 최소 2할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라미레스는 지난 3년동안 펜웨이 파크에서 16경기에 출장하면서 1홈런 7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현재 보스턴은 새구장을 건립중에 있다. 그러나 2003년 완공을 목표로 삼은 '뉴 펜웨이 파크'는 전통을 살려 지금과 똑같은 모습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것은 라미레스가 보스턴에서 뛰는한 그린 몬스터와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라미레스에게 1억6천만달러를 쏟아부은 보스턴의 결단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모한 '배팅'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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