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엿보기] 독일 분데스리가(BundesLega)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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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의 영웅들

분데스리가는 일찍이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활짝 개방해 놓았다.

분데스리가를 빛낸 대표적인 독일인이라면 단연 '카이저 프란츠(Kaizer Franz)'로 불리는 베켄바우어와 '폭격기' 게르트 뮐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은 '바이에른 뮌셴'에서 뛰면서 1974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 됐고, 특히 베켄바우어는 브라질의 '마리오 자갈로'에 이어 선수와 감독으로서 동시에 월드컵 우승을 거머쥔 두 번째 인물이기도 하다.

타국인으로서 분데스리가를 빛낸 사람이라면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인 '캐빈 키건'을 들 수 있다. 단신을 극복한 그의 플레이는 분데스리가는 물론이고 인근 유럽까지 정복한 바 있다.

아시아 지역의 선수들도 단연 빛난다. '분데스리가에서 외국인으로서 최다골 기록자'인 한국의 차범근도 그렇고 일본의 오쿠테라도 그렇다. 지금도 이란의 3인방 '다에이, 바게리, 아지지'가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기록주의'로 대변되는 독일식 응원 방식

독일은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지역 감정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두 나라처럼 심한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서로의 라이벌 팀에게 졌다고 해서 거리에서 폭동이 난다든가, 경기장 안에서 거의 전쟁상태가 벌어진다든가 하는 사태는 웬만해선 발생하지 않는다(물론,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처럼 빅게임일 경우라면 독일에서도 폭력 사건은 발생한다. 이것은 세계 어디든지 마찬가지이지만).

한 마디로, 독일의 경기장 응원 방식을 '앰프와 육성의 조화'라 해도 좋을 것이다. 독일에는 아직도 1994년 한 때, 한국에서 시도되었던 '경기장 해설자'가 있는 경기장이 있는데, 이 곳에는 전속 아나운서가 있어서 다른 구장 소식, 골 넣은 선수, 그 외의 여러 가지 안내는 기본이고 응원 리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는 독일의 사회자들이 아주 멋들어지게 불러준다. 이들은 관중들을 기대하게 하고 흥분하게 하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또 응원 방식 중에 경기장 사회자가 선수의 이름을 불러주면 관중들이 이것을 받아 성(姓)을 불러주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뮌셴1860 팀의 대표적인 응원 방식 중의 하나인데, 우리가 잘 아는 선수로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10번 로타르-'라고 사회자가 불러주면 관중들은 '마테우스!'라고 큰 소리로 답해주는 것. 이런 식으로 한 선수의 이름, '로타르 마테우스'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선수 입장 때부터 관중석과 사회자가 일치되어 응원을 하는 모습은 아주 흥미롭다.

골을 넣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골을 넣은 선수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그 선수가 기록한 골에 대한 특징 사항들 즉, '이 골이 그 선수의 몇 번째 개인 기록인지, 이 팀에 와서 몇 번째 골인지, 이 팀 통산 몇 번째 골인지'까지 사회자가 관중들에게 알려준다.

어떻게 보면 학구적이고, 또 어떻게 보자면 다른 종목에 비해 기록의 비중이 적은 축구라는 경기에서 기록의 재미와 팬들에게 더 많은 기쁨을 주고자 하는 배려라고 보여진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이러한 프로 의식은 게르만 민족 특유의 것일 수도 있다. 독일 말 중에 'Gut Genug'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적당하다'라는 뜻이다. '적당하다'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게르만 민족의 '적당하다'는 거의 완벽에 가까워서 흠 잡을 데가 없을 때 쓰이는 만큼 이들에게는 '적당주의'라는 게 없다.

독일인들은 그처럼 철저한 정신으로 '어떻게 하면 독일 축구가 최정상에 있을 수 있는가'를 오늘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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