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우와~ 잠영 10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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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오늘 보여준 턴과 잠영은 지난 2년간 내가 봐왔던 것 중 최고였다.”

 2010년부터 박태환(23·SK텔레콤)을 전담하는 호주인 코치 마이클 볼(50)의 평가다. 박태환의 돌핀킥은 말 그대로 ‘돌고래’ 같았다. 자유형 200m 레이스 가운데 150m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두 차례 턴(50·100m)과 스타트에서 모두 10m가량을 물 속에서 움직였다. 박태환의 잠영을 본 팬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7~8m에 그쳤던 잠영거리가 확 늘어난 것이다. 박태환은 “이젠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잠영 거리가 길게 나오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했다.

 박태환이 20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6초09로 대회신기록을 작성했다. 전날 자유형 400m에 이어 대회 2관왕. 자신의 최고기록(1분44초8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1초29 뒤졌다. 올해 첫 대회 출전이었던 지난 2월 뉴사우스웨일스 스테이트 오픈대회(1분46초78) 기록을 0.69초 단축했다.

 기록만 본다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그러나 박태환의 주변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유형 국가대표 출신인 이동운 대한수영연맹 총무이사는 “턴과 잠영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태환 전담팀인 SK텔레콤 스포츠단의 권세정 매니저도 “그동안의 훈련과 오늘 경기를 지켜보니 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볼 코치는 “호주 전지훈련에서 킥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는데 오늘 결과로 나온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볼 코치는 “아직 경쟁자인 마이클 펠프스(27), 라이언 록티(28·이상 미국)보다는 부족하다. 남은 기간 훈련을 통해 더욱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볼 코치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던 박태환은 한숨 섞인 실소를 지었다. 다가올 훈련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국내대회 출전을 통해 기량을 점검한 박태환은 조심스럽게 올림픽 2관왕을 바라봤다. 그는 “호주에서 훈련할 때도 전담팀 형들이 400m 이야기는 하지 않고 200m 이야기만 한다.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네가 우승한다면 정말 짜릿하겠다’고들 하더라. 그래서 나도 경쟁자들을 제치고 자유형 200m 시상대의 맨 윗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며 슬며시 욕심을 드러냈다.

박태환은 국내에서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다 30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한다. 런던 올림픽 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울산=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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