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영국인 독이 든 음료수 토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직접 영국인 기업가 닐 헤이우드(41)를 독살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복수 당 관계자의 증언에서 제기됐다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주모자인 보 전 서기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당의 위신과 정권 안정을 고려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공안 당국은 지난 10일 보 전 서기 부부와 친한 헤이우드가 지난해 11월 15일 충칭 시내의 호텔에서 알코올 중독사했다고 밝힌 사고에 대해 보 전 서기 집사인 장샤오쥔(張曉軍)과 구씨가 공모해 살해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장씨는 보 전 서기의 부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경호원으로 발탁돼 보 가문과 인연을 맺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헤이우드는 사망 전날 그와 함께 베이징발 충칭행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발표 당일 베이징의 일부 당 고위 간부는 관계기관으로부터 ‘살인은 보씨의 직접 지시’라는 보고를 받았다. 한 공산당 간부는 사건이 공개된 지난 10일 소회의실에서 부하들에게 구씨와 집사 장씨의 범행을 “헤이우드에게 독이 든 음료를 마시게 했으나 토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그를 힘으로 눌러 입에 독약을 흘려 넣었다”고 묘사했다.

 보 전 서기가 2009년 기용한 샤더량(夏德良·50) 전 충칭시 난안(南岸)구 서기는 지난달 하순 당국에 구속돼 보 전 서기의 지시로 살해용 독극물을 준비했다고 자백했다. 샤 전 서기는 승진 대가로 구씨를 통해 보 전 서기에게 약 3000만 위안(약 54억원)의 뇌물을 줬다고 말했다. 보 전 서기는 이렇게 손에 넣은 돈을 세탁했고, 이 사실이 헤이우드에게 알려지자 입을 막기 위해 살해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보과과 망명설도=미국에 있는 보 전 서기의 아들 보과과(薄瓜瓜)에 대해서는 망명설까지 나돌고 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알고 있기로는 그가 하버드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6일 보과과가 경호원들과 함께 하버드대 인근 아파트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