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네마 추천 금주의 개봉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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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를 치는 뛰어난 반전으로 인상깊었던 영화 '식스 센스'를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이번주 반가운 소식이 있다. '식스 센스'의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언브레이커블'이 개봉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언브레이커블'에도 역시 자신의 특허품인 반전을 심어놓았다. 그러나 "다른 관객이 영화를 즐길 기회를 빼앗지 말아달라"는 감독의 부탁을 차치하고라도 이런 영화의 결말을 발설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이다. 다만 전작의 반전과 비교할 때 그 강도가 약하다는 게 중평이라는 정도만 밝혀둔다.

승객 131명이 사망한 대형 열차사고에서 데이비드 던(브루스 윌리스)은 유일한 생존자다. 만화 갤러리를 운영하는 '유리인간' 엘리야로부터 "평생 살면서 아팠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나서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된다. 엘리야는 만화에 기초한 자신의 이론을 들려주며 "데이비드가 결코 다치지 않는(Unbreakable) 수퍼맨처럼 세상을 구원할 '수호자'라고 얘기한다. 그때부터 초능력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깨달아가게 된다.

예기치 못한 긴장감과 서스펜스, 음침한 분위기 속에 심어놓은 비밀스런 느낌은 전작과 유사하다. 결말의 반전만을 기대하고 본다면 약간은 실망스럽지만 초현실적인 현상을 소재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의 재능만은 인정해 줄 만하다.

'정사'를 통해 세련된 연출능력을 인정받았던 이재용 감독의 신작 '순애보'도 이번주 개봉된다.

'순애보'는 한일 양국의 메이져 영화사들이 만난 본격적 한일 합작영화다. 외피는 한국남자와 일본 여자의 사랑을 그린 멜로지만 영화 전편에 깔려있는 감성은 그리 대중적이지만은 않다.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동사무소의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 서울의 우인(이정재)은 무능력하고 무기력하다. 동경의 재수생 아야(다치바나 미사토)는 어제가 오늘이 되는 날짜변경선 위에서 숨을 참고 죽는게 유일한 소망. 그 둘은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만난다. 영화는 서울과 동경을 오가며 둘의 일상을 교차시키다가 마지막에 알래스카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둘을 우연히 만나게 한다. 끝이면서 또한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이재용 감독은 '정사'에서 보여준 고급스런 영상처럼, '순애보'에서도 주인공들의 움직임 하나하나, 그들이 살고 있는 주변 배경을 묘사하는 섬세함과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정사'의 패러디를 찾아내는 것도 이 영화에 숨은 즐거움의 일부일 듯.

눈에 힘을 뺀 이정재의 절제된 연기와 신인답지 않은 일본 여배우 다치바나 미사토의 차분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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