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진씨 바흐작 '…소나타' 전곡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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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가 바흐를 추념키 위한 작업에 의욕적으로 나선다면 어떤 작품이 선택될까. 아마도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 그리고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 소나타' 는 분명히 그 물망에 오를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지유진(사진)씨가 오는 14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BWV(바흐 작품번호)1014~1019 전6곡 연주에 도전한다. 하프시코드 연주는 오주희씨가 맡는다.

이들 6곡은 바흐가 세상을 떠난지 50년만에 출판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곡이다.

청중을 압도하는 눈부신 테크닉을 구사하기 보다 실내악.협주곡 못지 않는 농밀한 앙상블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프시코드는 왼손으로 선율 악기인 바이올린 독주를 화음으로 떠받치는 베이스 역할을 하면서 오른손으로 또 하나의 선율을 곁들인다.

바로크 시대 유행했던 트리오(2개의 선율 악기와 베이스 악기)소나타를 2중주로 요약한 것이다. 그래서 하프시코드는 현악합주를 방불케할 정도로 풍부한 화음을 낸다.

또 숫자(화음기호)붙은 베이스를 보고 즉흥적으로 소리를 채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음표를 세밀하게 기입해 놓았다. 바흐 당시로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소나타였다.

BWV 1016 E장조의 1악장 아다지오는 마치 바이올린 협주곡의 느린 악장처럼 들린다. 독주 바이올린은 넓은 음역에 걸쳐 풍부한 장식음을 동반하는 '노래' 다.

빠른 악장으로 시작되는 5악장짜리 마지막 곡 BWV 1019를 제외하면 아다지오-알레그로-안단테-알레그로 등 4악장 구조로 돼 있다.

유학 시절 '무반주 파르티타와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경험을 살려 이번 전곡연주에 도전하게 됐다는 지씨는 "바흐의 기악곡에는 풍부한 교회 오르간의 울림이 함축돼 있다" 고 말한다.

또 "휴식을 제외한 연주시간만 1시간 20여분 걸린다" 며 "마치 성서를 통독(通讀)하는 기분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지씨는 인디애나 음대를 졸업, 뉴서울필하모닉 부수석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바로크합주단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02-2263-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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