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둔화 영향… 유로화 상승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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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단일통화인 유로가 4일 미국의 경기둔화 등에 힘입어 두달여 만에 처음으로 유로당 0.89달러를 넘어섰다.

유로는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개장 이후 유로당 0.01달러 이상 올라 한때 0.893달러를 돌파했다.

유로가 0.89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9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 부양을 위해 미국 등 선진7개국(G7)과 공조해 외환 시장에 개입한 이후 처음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2.4%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제조업 지수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거듭하는 등 경기둔화 조짐이 본격화하면서 위험을 피하려는 투자자금이 대거 유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도쿄-미쓰비시은행 런던지점의 이코노미스트 데렉 할페니는 "유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 라며 "곧 유로당 0.9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미 대선 결과를 둘러싼 공방에서 공화당 부시 후보가 유리해지면서 향후 유로화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부시측은 유로 부양을 위한 시장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유로는 이날 늦게 0.88달러선으로 다소 떨어졌으나 같은날 아시아 외환시장 거래가인 0.87달러보다는 여전히 높게 거래됐다.

유로화는 지난해 초 1.18달러의 초강세로 출범했으나 미 경기 호황을 등에 업은 달러화에 밀려 지금까지 25% 가량 가치가 하락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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