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 60대 후반, 70대, 80대 이후 … 은퇴 3단계 로드맵 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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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정년 퇴직을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도 이제 본격적으로 ‘은퇴 시대’로 접어드는 것 같다. 한국은 정년퇴직 제도가 보편화돼 있고 정년도 서구에 비해 매우 짧다. 정부에서는 ‘연령차별금지법’을 통해 기업들이 가능하면 정년을 60세로 정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노동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기업들이 취업규칙상 정한 정년연령은 평균 56세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 근로자들의 실제 퇴직 연령은 평균 54.1세로 더 짧게 나타난다. 남성들의 경우 군복무와 대학교육으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 돼야 비로소 일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주된 일자리에서 안정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짧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근로자가 정년 퇴직 후 은퇴할 때까지 자영업을 하거나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서 근로 후반기를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은퇴 후 10년을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정년퇴직과 은퇴를 구분하고 오랫동안 활발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정년퇴직’과 수입 없이 지출만 하는 ‘은퇴’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년퇴직을 은퇴라고 생각한다. 비록 정년퇴직을 했어도 10년 이상은 보람과 함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시니어 일자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적성에 맞거나 자신의 재능을 다방면에 걸쳐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와 창업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막연한 생계형 창업보다는 좀 더 발전된 아이템을 고민하는 것이 좋다. 교육, 예술, 운동, 봉사, 요양 등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적어도 수년간 노력해서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하며, 실습도 해보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은퇴 대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이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평균적인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준비상태를 점검해보면 노후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후생활비는 주로 연금에서 나오게 된다. 그런데 예를 들어 살아있는 동안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형 연금이나 특정 기간을 미리 정해 받는 확정형 연금 등이 있다는 것을 속속들이 아는 은퇴자가 몇 명이나 될까? 또 연금에는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과,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가입하는 개인연금의 두 종류가 있다. 이 둘은 서로 특징도 다르고 활용법도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셋째, 정년퇴직 후의 기간을 2~3단계로 구분해서 은퇴설계를 해야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건강상태에 따라 ▶50대~60대 후반 ▶70대~80대 중반 ▶그 이후 등으로 삶의 단계를 구분해 준비를 하면 좀 더 구체적으로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어디서 살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공동체에 속해서 살 것인가를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은퇴생활은 어떤 태도와 가치관으로 시작하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행복은 지식의 수준에 비례해서 얻어진다는 말이 있다. 성공적인 은퇴설계는 감각적이고 막연한 태도보다는 단단한 지식을 바탕으로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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