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북한 감싸는 중국의 소탐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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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최형규
베이징 특파원

북한의 로켓발사를 전후한 중국의 외교를 보면 북한에 집착해 더 큰 것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구한 역사에서 배어 나오는 깊이와 유연성으로 미국과 겨룬다는 대국 외교답지 않은 모습이다.

 중국의 입장은 한결같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냉정(冷靜)’과 ‘자제(克制)’를 통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도, 미사일을 쏠 때도 그랬다. 북한 옹호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 결과 북한은 사정거리 6000㎞에 달하는 대포동 미사일을 개발했고 핵까지 보유했다.

 물론 이면에는 중국 나름대로 셈법이 있다. 북한이 아직은 그 어떤 외교 카드보다 가치가 있다는 국익 논리다. 대미(對美) 외교든 대유엔 외교든 북한 패는 중국이 주도권을 갖는 ‘꽃놀이 패’다. 여기에 북한을 포기할 경우 예상되는 대규모 탈북 사태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셈법은 국제사회 ‘믿음’의 가치를 경시하고 있다. 중국의 21세기 국정 지향점은 누가 뭐래도 대국굴기(大國<5D1B>起), 그래서 G2(미국과 중국) 시대를 여는 것이다. 급할 정도로 경제력과 군사력을 키우는 이유다. 한데 강국의 전제조건인 국제사회 ‘신뢰’를 키우는 노력은 보기 힘들다. 신뢰 없는 강국은 ‘패권’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중국이 모를 리 없다. 한데도 중국은 불신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북한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스스로 불신을 키우니 국제사회도 ‘평화롭게 굴기(和平<5D1B>起)하겠다’는 중국의 말을 의심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옹호 > 국제사회 신뢰’라는 셈법은 중국의 G2 진입이 아직 멀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번 로켓발사 직전 중국 네티즌들이 자국의 안보정책을 질타한 것도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로켓 발사 지점에서 수천㎞ 떨어진 대만이나 필리핀까지 파편 낙하에 대비하는데 정작 80㎞ 밖의 중국은 아무런 대책을 밝히지 않아서다. 북한 핵은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 불안과 위협이 된 지 오래다. 중국 외교의 부메랑이고 역설이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중국 지원 없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 바보는 없다. 그렇다고 국제사회가 북한을 고사(枯死)시키라고 중국에 주문한 것도 아니다. 북한을 합리적 국제사회 일원으로 유도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도록 말이 아닌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북한 로켓 발사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에서 국제사회가 중국의 말과 행동을 주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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