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새 1억2000만원↓… 강남발 역전세난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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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전세 거래량이 올 들어 지난해보다 크게 줄고 전셋값이 1억원 이상 떨어진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일대에 몰려 있는 아파트 전경.

“지난해 말부터 전셋값이 계속 빠지고 있어요. 올해는 전세 계약이 많이 끝나는 입주 4년차여서 전세 물량이 더 쌓일까 걱정입니다.”

 1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 앞에 있는 잠실나루공인 한성숙 사장은 “전세 물건이 주택형별로 5~6개씩 나와 있다”며 “시세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형(이하 공급면적)은 2억3000만원에 급전세로 나와 있었다. 지난해 10월에 4억원 이상이었다. 인근 토마토공인 김성일 사장은 “이전엔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전세물건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물건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전셋값 하락세가 길어지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전셋값은 지난주 0.04% 하락하면서 10주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주 0.03% 떨어진 송파구의 하락세도 8주째 이어졌다. 강남권을 제외한 지역의 전셋값은 지역에 따라 상승세거나 보합세다.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6개월새 1억원 이상 빠진 단지들이 잇따른다. 지난해 10월 5억2000만원이던 송파구 잠실동 파크리오 108㎡형이 지금은 4억원 선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111㎡형은 같은 기간 7억원에서 6억원으로 떨어졌다.

 전세 거래량도 많이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1~3월 강남구의 아파트 전세 거래는 33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09건)과 비교해 13% 감소했다. 송파구도 이 기간 3703건에서 2766건으로 25%가량 줄었다.

 강남 전셋값 하락은 지난해 하반기 전셋값이 급등한 뒤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청실과 우성2차가 재건축을 위해 이주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강남·서초·송파구 전셋값은 7.2%, 5.1%, 7.3% 각각 급등했다.

 도곡동 한양공인 이정구 사장은 “단기간에 너무 올라 올 들어서는 세입자들이 비싼 전셋값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다 올해 좋은 교육여건을 찾아 몰리던 학군수요가 감소했다. 입시제도가 달라지면서 강남권의 ‘교육 프리미엄’이 줄어든 것이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6월까지 비수기여서 강남권 전셋값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물건이 크게 늘고 전셋값이 뚝 떨어지는 ‘역전세난’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저렴한 물건은 꾸준히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 우정공인 이상열 사장은 “전세 수요가 줄긴 했어도 싸거나 크기가 작은 전셋집을 찾는 수요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조정 국면이 지나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입주물량이 줄어들어서다. 이웰에셋 이영진 부사장은 “강남권엔 새 아파트 공급량이 워낙 적기 때문에 전셋값은 언제든 다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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