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맞벌이’가 일자리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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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다들 20만 명대로 전망했을 겁니다. 42만 명은 설명이 안 돼요.”

 12일 발표된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을 본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만9000명 늘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 1% 상승=취업자 수 6만 명 증가’로 계산된다.

주요 기관이 전망한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 안팎에 그친다. “경기를 좋게 본다고 해도 숫자가 너무 튀게 나왔다”는 게 손 수석의 지적이다.

 일자리 이상증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둔화가 뚜렷한데도 취업자수 증가 폭은 되레 커졌다.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3.3%로 떨어졌지만 취업자수는 47만4000명이나 늘었다. 2002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었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40만 명 선을 넘어섰다.

 이런 현상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정부도 마찬가지다. 관계부처와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지표의 설명력을 높이라”는 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문이다. TF는 경기가 나쁜데도 일자리가 늘어나는 원인을 고용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찾는다. TF를 이끄는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경기 변동과 크게 상관없이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단시간 취업자의 증가다. 재정부에 따르면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지난해 454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91만7000명이나 늘었다. 전체 취업자 중 18.7%를 차지한다. 단시간 근로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30대의 경우, 남성 취업자 중 단시간 근로자는 9.7%에 그쳤지만 여성은 23.4%에 달했다. 특히 30대 여성은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59%로 높았다.

 재정부 김범석 인력정책과장은 “남성 외벌이 모델에서 남편은 전일제, 아내는 반일제로 일하는 ‘1.5인 맞벌이’ 모델로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다.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큰 미국이나 유럽처럼 선진국형 고용구조로 변화하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단시간 근로가 늘면 경제 전체의 총 근로시간이 증가하지 않아도 취업자 수는 늘어난다.

 서비스업 일자리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통계청 송성헌 고용통계과장은 “최근 취업자수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업종은 사회복지 서비스와 전문서비스(법무·공인회계사·광고 등) 분야”라고 설명했다. 제조업과 달리 이러한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꾸준히 늘어났다. 3차 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700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한 것도 고용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들이 은퇴 뒤 자영업과 서비스업 등에 진출하면서 고령층 취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50대의 고용률은 71.7%로, 30대(71.7%) 수준을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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