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넘어야 할 산 아직도 많다]

중앙일보

입력

대우자동차 노사가 구조조정에 합의했으나 넘어야 할 고비가 겹겹이 쌓여 있는 상태여서 향후 협의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노사는 합의문에 따라 28일 경영혁신위원회 구성에 착수했고 법원 요구에 따라 자구의지를 담은 소명자료 제출작업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노조는 큰 고비는 넘겼다는 안도감 못지 않게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이날 오후 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당장 경영혁신위 구성부터 문제= 경영혁신과 공장정상화를 위해 구성키로 합의문 1항에서 명시한 `경영혁신위원회' 구성부터 이견을 보일 것 같다. 노조 관계자는 "위원회 노사 동수로 구성해야 하고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합의체기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영혁신위는 사실상 대우차 구조조정의 마스터플랜을 짜고 이를 실행하는 구조조정 실무기구로, 법정관리가 개시될 경우 법원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노사 동수로 구성되고 만장일치 내지 다수결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인력 문제를 포함한 민감한 사안마다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구조조정의 틀을 짜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 노조는 앞으로 화사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해 경영혁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강경한 노선으로 선회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합의서로 일단 한숨 돌렸지만 인력조정을 포함한 전 분야에 걸친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면서 "경영혁신위는 노사가 각각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는 내달초 개시될 듯= 대우차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재판부는 합의서가 마련됐더라도 물리적으로 필요한 절차 때문에 당장 정리절차 개시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자구의지를 담은 소명자료를 내더라도 몇가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결정하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면서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달은 넘기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개시결정을 내리면 관리인과 조사위원을 선임해 대우차의 모든 것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제1회 관계인집회를 열어 정리채권 현황을 조사하게 된다. 이런 외형상 절차와 함께 고강도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은 지난 24일 자구 소명을 요구하면서 정리절차에 들어갈 경우 ▲인사조치 ▲강도높은 구조조정 ▲회사내 단합을 해하거나 정리절차 진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에 대한 응분의 조치 등을 포함한 엄정한 관리.감독이 시행될 것임을 밝혀 노사간 불협화음이 예상되고 있다.

◇부평공장 조업재개 관심= 부평공장은 지난 8일 최종부도처리된 직후부터 3주 가까이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라노스와 레간자, 매그너스 등을 만드는 부평공장은 연산 능력이 50만대로 국내외 대우차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지만, 대우차가 처음 시작된 곳인 만큼 군산이나
창원공장에 비해 생산시설이 다소 노후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별 분할매각 소문까지 나돌면서 `부평 식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엄청나다. 이번 노사협상 과정에서도 인력조정과 맞물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도 부평공장의 장래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비전 제시를 요구중이지만 회사에서는 답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우차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 후반에는 공장을 돌리려고 노력중"이라며 "채권단의 신규 운영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