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비만 만드는 대표적인 지표 '스크린타임'을 통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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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나는 병원을 방문하는 소아비만아동들의 스크린 타임을 매주 체크한다. ‘스크린타임’은 비만을 만드는 생활습관의 대표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늘어나는 스크린타임은 소아비만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한소아과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12~17세 청소년의 경우 TV 시청이 한 시간 추가될 때마다 비만의 발생률이 2% 증가하고, 하루에 컴퓨터를 두 시간 이상 하면 과체중 위험이 9.5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쁜 것은 아이들이 TV나 인터넷을 하고 있을 때는 자신이 음식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구분하거나 조절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가장 나쁜 것이 이런 스크린타임에 간식을 먹는 일이다. 소아비만 어린이들은 1~2시간 인터넷을 하며 하루 권장량을 초과하는 과식을 해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더불어 지나친 스크린중독은 아이의 대뇌속에 잠재된 중독본능을 강화시켜 식탐조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즉 스크린에 중독되면 될 수록 자극적인 음식에도 쉽게 매료된다는 것이다.

지나친 스크린타임은 비단 소아비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 성장, 올바른 정서발달 모두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므로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 자녀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부모라면 아이의 스크린타임을 반드시 대폭 줄이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첫째. 아이의 스크린타임에 대해서 총량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우선 아이가 학교에 게임기를 가져가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리고 엄마가 감독하는 가운데 게임이나 인터넷을 즐기도록 하고, 그 시간이 일주일에 일곱 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라. 스크린타임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이 있다. 첫 번째는 아이의 컴퓨터 사양을 가장 기본적이고 낮은 것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속도가 느리고 잘 구동되지 않는 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의 컴퓨터에 대한 흥미는 반감될 것이다.

둘째 컴퓨터를 할 권리를 순순히 인정하지 마라. 모든 일에 대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바란다. 컴퓨터를 즐기는 만큼 불이익을 주거나 집안일을 돕는 등의 노력을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는 일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실시하면 아이들의 태도나 집착이 변화할 수 있다.

셋째, 가족 간의 대화나 공동 취미생활을 만들어라. 아이들 가운데는 다른 흥미거리가 별로 없어서 컴퓨터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의 공동 관심사나 취미, 여가생활이 생기면 컴퓨터에 대한 욕구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인터넷 중독치료의 기본도 건전한 신체활동이나 취미 생활로 인터넷을 접하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아이의 컴퓨터 의존이 심하지 않다면 위와 같은 몇 가지 환경통제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내가 살펴본 바 아이의 스크린타임을 좌우하는 것은 부모들의 태도이다. 대부분 아이들의 스크린중독은 유아기에 아이달래기를 TV에 의탁한 안일한 인식이나 부모 본인들의 TV시청습관이 큰 영향을 미쳤다.

본인이 TV앞에서 스낵을 먹으며 누워있으면서 아이의 스크린 타임을 통제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부모부터 모범을 보이는 지행합일의 태도가 필요하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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