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견제 논평 낸 베이징일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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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 베이징(北京)시 공산당 위원회 기관지인 베이징일보(北京日報)가 지난달 31일 “우리 당이 언제 최고 영도자를 ‘총서기’라 불렀나”(我黨最高領導人何時? ‘總書記’)라는 제목의 평론을 실었다. 이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를 겨냥한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에서 시(市)의 당 기관지가 최고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게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달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서기 실각과 오는 10월 권력교체를 위한 당 대회를 앞두고 당내 노선 갈등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0월 당 대회를 앞두고 당내 현안 문제를 조망하기 위해 개설한 지면(迎接十八大文萃)의 첫 번째 글이다. 필자는 중국의 저명한 공산당 이론가인 런민(人民)대 마르크스주의 학원 왕윈성(汪云生) 부교수다. 런민대는 공산당 간부 양성을 위해 설립된 당 소속 대학이다.

 이 글에서 왕 부교수는 “총서기는 당의 최고 영도적 직무를 수행할 뿐 당의 최고 영도기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당장(黨章·당헌에 해당)에 규정된 “당의 최고 영도기관은 당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에 해당)와 그 대회를 통해 구성된 중앙위원회(2장 10조 3항)”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1982년부터) 총서기는 중앙정치국상무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며 정치국과 상무위 회의를 소집·주재하고 중앙서기처 업무를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당의 최고 지도자는 개인이 아니며 집단지도체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당의 조직과 제도 발전사를 보면 당의 최고 영도자의 직무는 총서기로 시작된 게 아니며 총서기가 당의 최고 영도자라는 전문호칭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도 소개했다. 중국 공산당 초기(1921~27년) 최고 지도자로 인정받은 천더슈(陳獨秀)는 중앙국 서기와 중앙위원회 위원장·중앙위원회 총서기 등 직책을 갖고 있었고 56년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은 각각 중앙위원회 주석과 총서기라는 직책을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원은 지난해 말 현재 8000여만 명이며 중앙위원회 위원은 204명, 후보위원은 167명이다. 이 글은 신문 게재 다음 날 인터넷에서 내용이 삭제됐고 관련 검색도 안 되고 있다. 그러나 차오푸(樵夫)라는 네티즌이 이달 초 글의 전문을 자신의 웨이보(微博·트위터에 해당)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52년 창간된 베이징일보는 발행부수가 40여만 부로 구독자는 대부분 당원들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의 한 정치평론가는 “올가을 차기 지도체제 구축에 대한 후 총서기의 영향력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당내 노선투쟁이 존재한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메이닝화(梅寧華) 베이징일보 사장은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측근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보 서기의 처리를 둘러싸고 당 고위층에서 이견이 있다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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