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김 ‘살짜기 옵서예’ 오디션 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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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김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 연습실. 가수 패티 김(74)은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의 특별 심사위원석에 앉아있었다. 여주인공 ‘애랑’ 역을 따내기 위해 모인 후배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패티 김은 1966년 초연됐던 이 작품의 초대 여주인공이었다.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인 이 작품은 내년 2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재개관작으로 리메이크 된다. 그는 오디션 직전 기자회견에서 “46년 동안 묻혀있던 작품이 이번 기회에 다시 빛을 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번 애랑 역할은 주제곡인 ‘살짜기 옵서예’를 잘 소화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전했다.

1966년 ‘살짜기 옵서예’ 초연 당시 주인공을 맡은 패티 김(왼쪽)과 곽규석.

 ‘살짜기 옵서예’는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죽은 아내와 정절 약속을 한 배비장과 기생 애랑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동명의 뮤지컬 주제곡은 대중가요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이 생소했던 1966년 서울 시민회관 초연 당시, 단 7회 공연 만에 총 1만6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패티 김은 “애랑이는 한 남자만 모시는 절개 있는 여인이다. 그러면서도 요염하고 자존심이 강하고 의지가 있는 역이었다”며 “한복으로 가려서 내 스타일을 다 보여주지 못했지만 재미있는 역할이었다”고 회고했다.

 패티 김이 애랑 역을 맡은 것은 운명 같은 일이었다.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노렸던 그는 인종차별 등의 이유로 주연을 맡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애랑 역할이 그에게 왔다. 당시 최고의 여가수였던 그는 5개월 동안 연탄불 곁에서 언 손을 불어가며 연습을 했다. 정부의 검열이 심해 대사나 의상에도 제약이 많았다.

 그는 “미국 존슨 대통령이 방한하며 시민회관에서 연설을 해야 했기에 작품을 5일 만에 막을 내려야 했던 게 두고두고 안타깝다”며 “이번 작품에서 애랑이는 초연보다 더 화려하게 태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시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아바의 노래로 만든 ‘맘마미아’처럼 은퇴 전에 내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 제작되면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로 데뷔 54주년을 맞은 그는 지난 2월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다. “패티 김이 같이 일하기 까다롭다는 소문 때문에 그런지 뮤지컬 섭외가 별로 안 들어왔었다. 후배들이 내 젊은 시절 역할을 맡고, 내가 마지막에 등장하면 흥미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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