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씨 로비군단'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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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금고 불법대출과 한스종금 비자금으로 금감원 등 정.관계 로비의혹을 한몸에 받고 있는 진승현(27) MCI코리아 대표의 대외로비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진씨의 나이나 사업양태,인맥 등에 비춰볼 때 진씨가 직접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보다는 정.관계나 금융계에 `넓은 발'을 갖춘 제3의 인물이 로비역을 수행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특히 진씨가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과 비견되는 점에 비춰 진씨 주변에도 `동방로비'의 양축인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과 오기준 신양팩토링 대표와 비슷한 `중량급 인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핵심인물은 신인철(59) 전 한스종금 사장.

신씨는 진씨가 `금감원 인맥을 보고 영입했다'고 자인한 인물로 증권사의 꽃인 명동지점장 출신이며 금융계 `마당발'로 알려져있다.

검찰조사 결과 신씨는 진씨로부터 한스종금 인수 리베이트로 23억원을 건네받고, 이와는 별개로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구속)에게 아세아종금 관련 청탁과 함께 4천950만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신씨는 또 아세아종금 상임감사 시절 공기업 간부들에 대한 예금 리베이트 공세에도 개입했다.

아세아종금이 담배인삼공사, 토지공사, 정보통신부 유관기관의 자금부장 등 3명에게 5천만~1천600만원씩 예금유치 리베이트를 건넸는데 이들의 명단은 검찰이 압수한 신씨의 `비밀 장부'에 고스란히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신씨가 23억원 외에 별도의 비자금을 조성, 독자적인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옛 아세아종금 대주주로 진씨와 한스종금 인수과정에서 이면계약을 체결한 대한방직 전회장 설원식-설범씨 부자도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해외체류중이어서 조사하지 못한 상태지만 설 전회장이 재계에서 상당한 명망을 유지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설씨 부자가 아세아종금에서 1천400억원을 초과대출받은 점과 진씨가 이들의 채무를 상환유예해주는 조건을 제시한 점에 비춰 설씨 부자가 진씨를 위해 대신 로비를 해줬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비교적 진씨와 어울릴 연배로 한때 최연소 증권사 사장에 올라 각광을 받았던 고창곤(38) 전 리젠트증권 사장의 역할도 궁금한 대목.

고씨는 진씨와 함께 작년 10~11월 리젠트 증권 주식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된 상태로 영국계 리젠트퍼시픽그룹으로부터 `관계를 단절하라'는 경고를 받고도 진씨를 계속 지원했을 정도로 절친한 인물이다.

검찰은 고씨 역시 금융계 인맥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밖에 육상선수 출신으로 서울 B고 동창회와 체육계 고위간부를 지낸 진씨의 아버지(59)도 MCI코리아 회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뭔가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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