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해 '돌풍' 영진전문대 여자축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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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아직 실망할 때는 아니다. 왜? 우리가 있으니까. " 대구 영진전문대 여자축구 선수들의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엔 앳되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무서운 골잡이로 변신한다.

창단 첫해인 올해 이들이 올린 성적은 놀라울 정도다. 도로공사배(5월)와 제1회 숭민배 전국여자축구대회(11월)등 전국대회에서만 두차례 준우승했다.

아직 걸음마단계라 일반부와 대학부가 따로 구분돼 있지 않은 한국 여자축구에서 이들이 단시간에 일반부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백종철(白鍾哲.38)감독은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좋기 마련" 이라며 "4년뒤 한국 여자축구는 영진전문대 출신들이 이끌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자신한다.

그만큼 당장의 성과보다 길게 보고 기본기 익히기에 충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들의 실력을 일취월장(日就月將)하게 한다.

대지 3백평 규모에 5억원을 들여 지은 축구선수 전용숙소는 남자 프로팀이 부럽지 않을 정도. TV.오디오.싱크대 등 여느 살림집 못지 않은 가구들로 꾸며져 있고 샤워실.컴퓨터 등이 갖춰져 있다.

숙소엔 축구라는 거친 분위기보다 숙녀들의 정숙함과 여유가 넘친다.

김성숙(金成淑.18.GK)선수는 "숙소에서 잠깐 쉬고 나면 힘이 두배로 솟을 만큼 안락하고 정감어린 곳" 이라고 말한다.

또한 대회에 참가할 전용버스가 마련돼 있고 식사 준비도 전문 요리사가 맡는다.

白감독은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이야말로 최대의 공격력" 이라고 말한다. 이들 뒤엔 또 한국축구의 거목 박종환(朴鍾煥)고문도 있다.

朴고문은 한달에 한번 정도 대구로 내려와 정신교육과 전술을 지도한다. 축구부 부장을 맡은 손익성(孫益成)부학장과 최달곤(崔達坤)학장의 삼고초려(三顧草廬) 덕분이다.

또한 현대와 일화에서 골잡이로 명성을 날리다 1991년 은퇴해 브라질에서 유학중인 白감독이 부임한 것도 축구에 대한 학교측의 애정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성적관리도 세심하다. 대회 때문에 수업에 참가할 수 없을 때는 축구부 학칙에 따라 경기 공헌도와 노력 등을 체크해 성적에 반영할 정도다.

이들은 내년에는 우승을 확신한다. 아직은 공개할 상황이 아니라지만 이미 전국에서 7~8명의 우수선수를 거의 확보한 단계다.

주장 채애순(蔡愛順.18.수비)은 "우리는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며 빙긋이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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