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안방서 남의 잔치 못 봐주지 … 막판까지 몰고 간 현대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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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브란키차

프로 스포츠에서 홈경기는 자존심의 문제로 연결된다. 같은 패배라도 홈에서 당한 패배는 더 뼈아프다. 응원하는 팬들 앞에서만큼은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원정팀은 홈팀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주기 위해 원정에서의 승리를 갈망한다.

 2010년 4월 18일. 여자배구단 현대건설의 안방인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우승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잔치의 주인공은 손님인 KGC인삼공사(당시 KT&G)였다. 현대건설 선수단은 그 모습을 당시 눈물을 삼키며 지켜봤다. 황현주 감독과 선수단의 가슴속에는 그때의 기억이 또렷할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 두 팀은 다시 한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다. 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1~2012 시즌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4차전이 열렸다. KGC가 2승1패로 앞선 상황. 다시 한번 원정인 수원에서 우승 잔치를 열 수 있었다. 전날 3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둔 터라 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좋았다.

 그러나 현대건설도 홈인 수원이 KGC의 ‘약속의 땅’이 되는 걸 또 지켜볼 순 없었다. 황현주 감독은 경기 전부터 “우승을 못한다 해도 대전에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선수단을 자극했다. 선수들은 경기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투지를 불태웠다. 자신감 넘치는 공격이 더해지면서 승부는 어제와 반대로 쉽게 기울었다.

현대건설은 이날 브란키차(14득점)·황연주(13득점)·양효진(12득점) 등 주전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3-0(25-19, 26-24, 25-17)으로 이겼다. 양팀은 8일 KGC의 홈인 대전으로 무대를 옮겨 5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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