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의 ‘계단 오르기’ M&A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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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30층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선두 기업은 20층에서, 우리는 15층에서부터 뛰어올라가기 시작하면 게임도 안 되고 시간낭비입니다. 최소한 (출발 층수를) 18층이나 19층에 올려놔야 하는 게 최고경영자(CEO)의 의무인데, 이게 기업인수합병(M&A)입니다.”

 박용만(57·사진) 두산그룹 신임회장은 5일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M&A 철학을 ‘빌딩 오르기’에 비유했다. 개발하는 데 30년 걸리는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고, 적정한 가격에 나와있다면 M&A를 통해 경영 스피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박 회장은 국내 기업인 가운데 M&A를 가장 많이 성사시킨 CEO로 꼽힌다. 매각한 기업이 24건(4조4000만원), 사들인 기업이 18건(9조원)이다. 그는 “단순 영역확장을 위해 M&A를 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은 인수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속도가 느려서 어떤 M&A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116년 역사의 두산그룹에서 일하는 직원의 대부분이 입사한 지 10년이 안 된다고 전했다. 전 세계 임직원 3만9000여 명 가운데 한국인과 외국인이 절반씩이란다. 배타성이 없는 젊은 조직이지만 그만큼 전체를 관통하는 강력한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두산 웨이(Way)를 7년째 갈고 닦아 현재 크레도(Credo, 신조)가 완성 단계에 와있다”면서 “형제경영을 통해 좋은 궤적을 보여온 만큼 올해는 크레도 완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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